도서교환대

도서교환대 4

by Anna Lee

공원 맞은편 인도 한쪽에 책이 잔뜩 놓인 도서교환대가 있다.

동네 주민들의 기부로 모인 책을 서로 교환해 보는 곳이다.

동화책부터 논픽션, 소설, 수필, 시, 만화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한 책들이 테이블에 골고루 진열돼 있어 지나는 사람은 한 번쯤 그곳에 멈추고 싶어 진다.

누구나 원하는 책을 가져다 읽고 다시 가져와 다른 책과 바꾸면 된다. 혹은 좋아하는 책은 가져도 된다. 책을 다시 가져오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도서관처럼 대여기한이 있거나 그걸 어겼을 때 내는 벌금도 없다.


요즘 너무 책을 읽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미카는 책이 가득한 테이블로 다가갔다.

서너 명 정도의 사람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었다. 책을 펼쳐 들고는 읽는 대신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한 사람도 있었다.

책들을 훑어보던 그녀의 눈에 <The Book of Joe>라는 책이 들어왔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그녀에게 구약성경의 욥기(The Book of Job)가 떠올랐다.

사탄에게 욥의 고난을 허락한 하나님은 단 하나, 욥의 생명에만은 손대지 말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왜 욥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도록 내버려 뒀을까. 그녀의 마음속에서 빙빙 소리가 울렸다. '왜 그랬을까, 왜, 왜...'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 가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던 지난 몇 개월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시간들이 마치 미카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책을 만지려던 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결심한 듯 책을 집어 들었다.

반복되는 감정에 신물이 났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무언가로부터 놓여나고 싶었다.

이제 그걸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Book Swap'이라 쓰인 기부금 상자에 1달러짜리 한 장을 던지듯 넣고는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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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지명, 사건은 허구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