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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Jan 10. 2024

동네친구 같은 서점

New York New York 14

아직 2023년이던 12월 어느 날 롱아일랜드시티(Long Island City; LIC)에 있는 북컬처 LIC(Book Culture LIC)에 갔다.

북컬처 서점은 롱아일랜드시티 외에도 맨해튼과 피츠폴드에 세 개의 매장이 더 있다.


1997년 크리스 도블린과 클리프 심스는 함께 라비린스 서점(Labyrinth Books)을 열었다. 2007년 크리스가 클리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북컬처는 비로소 독립서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북컬처 서점의 오너인 크리스는 1980년대 초 브로드웨이의 파피루스 서점에서 책을 팔기 시작했고, 컬럼비아 대학 정문 건너편 북포럼(Book Forum)의 지하 접수대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아갔다.

북포럼의 경영이 악화되자, 크리스는 동업자와 함께 전공서적을 취급하는 서적회사 그레이트존스 북스(Great Jones Books)를 세운다. 동시에, 1995년 지역 공동체 학술서적 공급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크리스와 뜻을 같이하던 컬럼비아 대학 학장 조나단 콜의 도움으로, 1997년 컬럼비아 대학 소유의 우체국 건물에서 1호점 북컬처(Book Culture)가 문을 열게 된다.

2009년 가을 북컬처는 두 번째 서점인 북컬처 브로드웨이(Book Culture On Broadway)를 오픈한다. 학술서적뿐 아니라 신간과 고전 픽션, 논픽션, 미스터리, 요리, 만화, 공예, 여행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동네의 중심에 위치한 만남의 장소로서, 지나다 멈춰 둘러볼 만한 흥미로운 장소로서, 북컬처 브로드웨이는 진정한 지역사회 서점의 몫을 해내고 있다고 한다.

2014년에는 북컬처 콜럼버스(Book Culture On Culumbus)가 오픈됐으나 2020년 문을 닫고 말았다.

내가 방문한 북컬처 LIC가 2017년에, 북컬처 피츠폴드(Book Culture Pittsford)가 2021년에 문을 열게 됨에 따라 북컬처 서점은 모두 네 개로 거듭났다. 이들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성업 중이다.       


서점 입구에 있는 안내문이다. 리드줄을 채우거나 가방 안에 둔다면, 반려동물을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반려동물 친화적인 장소라니 따뜻해지는 마음을 안고 들어섰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이곳에 들어가는 모두가 환영받는 느낌이었다.


높은 천장과 충분한 조명이 서점 내부를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안쪽으로 길게 직사각형인 실내는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잘 정돈된 책들의 모습과 진열에서 직원들의 정성 어린 손길이 보였다.

실내 디자인과 책들의 배치가 조화를 이뤄내 마치 갤러리나 미술관에 온 것 같았다.

책뿐 아니라 문구, 에코백, 생활용품들도 다양해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은 어린이 독서공간으로, 다양한 아동도서와 장난감, 게임, 퍼즐, 문구, 봉제 장난감 등 동심이 가득한 신비한 곳이다. 책과 함께 굴러도 좋을 만큼 재미있고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으며, 여러 가족이 같이 어울릴 수 있을 정도로 넓고 밝은 곳이었다.


서점 직원들의 추천 문구가 돋보였다. 마치 책이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유령과 친구 하는 법(How to Make Friends with a Ghost)>이란 제목의 오른쪽 책이 눈길을 끌었다. 펼쳐보았더니 유령과 사귀는 방법이 제법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어 으스스하고 재미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매력적인 블랙코미디 책이었다.


홀의 가운데쯤엔 카펫 위에 작은 소파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아이들과 보호자가 함께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책장 위 높은 선반에는 갖가지 동물인형들이 놓여있어 아이들이 이곳을 친근하게 느낄 듯했다.




독서는 개인의 삶과 가족, 나아가 공동체를 풍성하게 해 준다. 책과 출판이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문화적 재산이 되는 이유다.

각자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책을 고를 수 있는 독립서점은 책과 출판의 밝은 미래를 위해 매우 소중하다. 작가들과 출판사, 편집자들, 다른 서점들을 위해 지역의 역사와 명예를 보존하는 역할도 독립서점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며, 출판과 도서 관련 사업에 영향을 준 거대한 변화는 도서판매 방식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북컬처 서점의 한결같은 관점은 책과 지식의 더욱 다양한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체계와 사상의 다양한 표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문서적에서 더 그러하다고 보고 있다.

북컬처 서점은 예술과 인류학에 관련된 폭넓은 출판물과 신간서적을 위한 공간을 끊임없이 확장해 왔다. 이 서점을 방문하는 누구라도 정신적인 활력을 얻고 지적, 문화적 지경을 넓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또, 어린이 공간과 어른의 공간이 층을 달리하고 있어 아이들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한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듯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 책과 함께한 행복한 기억을 많이 가진 아이들이 훗날 좋은 어른이 될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예쁜 책방이나 도서관이 있다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지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들이고, 직원들의 성실한 추천과 설명 또한 곁들이는 북컬처 서점. 사람들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만들어주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공간으로 오래오래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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