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Apr 29. 2022

몬테소리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들 2

Jessica Winter의 저널을 읽고

이전 글: 몬테소리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들 1 / Jessica Winter의 저널을 읽고

https://brunch.co.kr/@annalee1340/29


몬테소리 교육의 시작과 발전 과정에 이어, 제시카는 미국 몬테소리의 현재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초의 몬테소리 전기 The Child Is the Teacher 집필한  스테파노(De Stefano) 그의 책에서 '몬테소리의 교육관은 공립학교에 적용될  없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부유층 아이들에게만 적용될 뿐이다'라고 말하는 회의론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빈곤층과 사회 약자들을 대변하던 몬테소리 교육의 두드러진 아이러니는 선택된 사립학교 엘리트들로  명맥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몬테소리 교육은 미국의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나, 커먼 코어 스탠더드(Common Core standards; 미 전역의 모든 학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자는 취지로 채택된 교육개혁 제도)가 실시되자 그 빛을 잃고 말았다.

현재 미국에는 단 몇 백 개 정도에 그치는 공립 몬테소리 학교가 있으며, 예일 교육학 프로그램의 최고 책임자 미라 뎁스(Mira Debs)의 지적처럼 몬테소리 학교는 "점점 더 백인화, 부유 층화"되어 가고 있다.


몬테소리의 명성이 오래가는 이유들 중 하나는 오염 혹은 변질로부터 자신의 일을 보호하려는 그녀의 지극한 노력에 있었다: 교사의 양성과 자격 부여에 개인적 독점을 유지했으며, 교재와 교구의 보급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작은 교구들까지도 특허를 얻었다.

몬테소리 교육법이 부유한 백인 계층 아이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적용된 것은 그녀가 점점 그녀의 프로젝트를 특허 가능한 사업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교육법이 가르침의 수단을 넘어 판매를 위한 존재가 된 것이다.


몬테소리 학교에 다녔던 학생들 중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고 할 수 있는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2018년 자신의 데이 원 펀드(Day One Fund)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데이 원 펀드는 높은 질의 전액 장학금제 몬테소리 학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펀드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워싱턴 주에 5개 학교를 오픈했으며, 올해 플로리다와 텍사스에도 학교를 오픈할 계획이다.

베조스는 자신의 돈을 그냥 사회에 기부하지 않고 기존의 학교 시스템과 경쟁하는 교육기관을 만드는 데 투자하는 이유를 '전국의 형편없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데이 원 펀드 웹사이트를 통해 말하고 있다.

사실, 베조스는 아마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과 같은 렌즈를 통해 교사들을 보는(교사들은 눈에 띄지 않고, 필수적이면서 소외된, 모든 것을 책임지므로 전적으로 욕을 먹는 존재)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보인다. 만약 베조스가 아동 중심의 교육학을 고객 서비스라는 형태로  재해석한 것이라면, 언제나 예언자적이었던 몬테소리도 이를 예견했을 것이다. 몬테소리는 이렇게 서술했다. "우리 교사들은 교육의 진행을 도울 뿐이죠, 주인을 기다리는 하인처럼요."

제시카의 글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2010년 3월부터 12월까지 몬테소리 스쿨에서 일했던 나는, 몬테소리 교육법이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고 마니아도 적지 않은 걸 보아왔던 터라 배워보고 싶은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피부로 접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점들이 있었다.


우선, 몬테소리 프로그램이 다른 교육 프로그램보다 뛰어나다고 느꼈던 것은 아이들의 독립심에 대한 존중이 교육과정에 철저히 반영된다는 점이었다. 또, 감각 교육과 실생활 교육을 매우 중시하는 것도 다른 교육 프로그램에 비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교실마다 아이들의 몸 사이즈에 맞게 제작된 손 씻기 도구들을 비롯해 청소, 손빨래, 바느질, 간단한 요리, 구두 닦기, 화초 가꾸기 등에 필요한 도구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아이들이 쉽게 집안일을 배울 수 있고 그것이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교실은 항상 조용하고 차분했다.

교구를 다룰 때도 조심조심 살금살금 소리가 나지 않게 다루어야 하며, 활동이 끝난 직후 반드시 아이들 스스로가 교구를 정리해서 제자리에 갖다 둬야 한다. 자유선택 놀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데시벨이 높다고 느껴지면 여지없이 조용히 하라는 담임 선생님(head teacher)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이들 있는 교실이 으레 시끄러우려니 습관이  있던 나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긴장하기도 했다.


교사는 교구들을 아이들의 손이 닿기 편한 곳에 배치해야 하며, 항상 예쁘고 정돈된 교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늘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처음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직접 상호작용하기 전에 반드시 채워야 하는 관찰 시간이 있었다. 관찰 시간에는 교실 한 귀퉁이에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조용히 앉아, 아이들의 활동과 대화를 관찰하여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그때는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금지돼 있는데, 그걸 이해할 리 없는 아이들이 자꾸만 다가와 말을 시켜서 난처했던 적도 있다.


새로운 활동을 프레젠테이션 할 때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데, 거기에는 일정한 단계가 있다.

먼저, 소수의 아이들을 그 활동에 초대한 후 선반에서 활동에 필요한 교구를 꺼내 오는데 이때 아이들이 돕는 것을 허용해 준다. 테이블이나 러그에 아이들과 함께 앉아, "이건 '핑크 타워'야. 지금부터 핑크 타워를 어떻게 쌓는지 보여줄게" 하고 교구의 이름과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천천히, 말하지 않고 핑크 타워 쌓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 스스로 해 보도록 하는데, 이때 교사는 좀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관찰해야 한다. 절대 아이들의 활동에 끼어들거나 고쳐주면 안 된다.     


몬테소리 교실에서는 '놀이'라는 말 대신 '작업(work)'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다른 프리 스쿨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역할 놀이나 극 놀이가 몬테소리 교실에는 거의 없다. 동화책을 읽을 기회는 교실의 작은 구석에 마련된 방석 위에서 뿐이고, 소그룹이나 대그룹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사가 책을 읽어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이들과 책 읽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이 부분이 제일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좀 답답하기까지 했다.


몬테소리 교실은 체계적이고 잘 정돈되어 있어서 어른들이 보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몬테소리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몬테소리에 열광하고 빠져드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정작 나는 처음에 푹 담갔던 발을 슬슬 빼내고 있었다.

내가 느낀 몬테소리 교실은 수학과 과학 영역에 다소 치우쳐 있는 듯했고, 교구를 스스로 다루는 것을 중요시하다 보니 아이들과 교사, 또는 아이들 서로 간에 소통과 상호작용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교사는 특정한 교육 영역을 선호하거나 아이들에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사로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다 보니 신나거나 재미있지가 않았다. 그런 내 기분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될까 봐 걱정이 됐다.


교육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그 교육철학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몬테소리 프로그램의 처음 목적은 빈민과 행려병자 아이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아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의 교육을 위해 고안된 방법들이 그 장점을 살려 어떻게 지금의 교실에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 각각의 장점을 살려 부분별로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프리스쿨 중에는 몬테소리 학교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몬테소리 프로그램과 교구를 사용하는 곳도 많다. 따라서, 몬테소리 학교라는 명칭을 쓰지만 몬테소리 학교가 아닌 곳도 있으므로 AMI(Association Montessori Internationale)나 AMS(American Montessori Society)를 통해 그 인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고민 끝에 몬테소리 유치원을 그만둔 나는 몬테소리 교사 자격증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그 후 다른 프리스쿨에서 일하면서 비로소 내 자리를 찾은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특히 아이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외국에서 온 선생님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눈을 반짝거리면서 열심히 듣고는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던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그립다.

큰 딸은 우리나라에서 집 가까운 동네 유치원을 보냈었고, 작은 딸은 미국에서 공립 유치원을 보냈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와서 몬테소리 유치원과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유치원 중 선택하라면, 나는 옛날에 내가 했던 선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사진 출처 Unsplash


⟨마리아 몬테소리의 잘못된 교육; 그녀의 교육법은 대중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특권이 되었다. (The Miseducation of Maria Montessori; Her method was meant for the public. Then it became a privilege.) - By Jessica Winter, 2022. 3. 3, The New Yorker⟩

https://www.newyorker.com/books/under-review/the-miseducation-of-maria-montessori?utm_source=onsite-share&utm_medium=email&utm_campaign=onsite-share&utm_brand=the-new-yorker


매거진의 이전글 몬테소리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