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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May 12. 2024

어서 오세요, 맥널리잭슨 서점입니다

New York New York 18

맨해튼 소호에 있는 맥널리 잭슨 독립서점(McNally Jackson Independent Booksellers)에 갔다.

맥널리 잭슨 서점은 맨해튼에 본거지를 둔 독립서점으로, 2004년 사라 맥널리(Sarah McNally)가 처음 문을 열었다.

사라의 부모 홀리와 폴은 캐나다의 대형서점인 맥널리 로빈슨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들이 운영하던 맥널리 로빈슨의 지점으로 시작된 이 서점은 2008년 독립하여 지금의 이름 맥널리 잭슨으로 불리게 된다.

 


서점 내부는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작은 테이블이 놓인 1.5층도 보였다.

밝고 아늑한 공간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책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뉴욕의 서점들 중 가장 세분화된 섹션에서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구석진 공간을 잘 활용해 마치 곳곳에 작은 방들이 있는 듯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이 서점에는 다른 곳보다 문학 서적이 많았다.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의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 전 세계의 문학이 총망라돼 있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알베르 카뮈의 책만 해도 여러 권이 꽂혀있는 프랑스어 코너에서 불문학을 복수전공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동기들과의 즐거운 기억, 끝내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해 쓰라리던 기억에 한참을 머물렀다.


다음 코너로 발길을 돌린 순간, 나는 어딘가 낯익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황보름 작가님의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였다. 영어로 번역된 책의 제목은 <Welcome To The Hyunam-Dong Bookshop>이었다. 색감 예쁜 표지와 우리식 그대로 쓰인 작가의 이름 'Hwang Bo-Reum'이 많은 책들 사이에서 반짝반짝 돋보였다.

나는 황보름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게 해 주었던 책이다. 그런 책을 뉴욕 한복판의 서점에서 발견하다니 뛸 듯이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곧 영문 버전으로도 읽어볼 생각이다.

닮고 싶은 모델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다.


서점을 돌아보다 문득 아동도서 코너를 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어디 있나 물어볼까 하던 찰나, 서점 맨 안쪽 구석에서 어린이 책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했다.

나도 그랬지만 아이들은 작고 구석진 공간을 매우 흥미로워한다. 책이 있는 곳에 가는 동안에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이런 작은 헤아림이 감동적이었다.

아동도서 코너가 있는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입구

마치 작은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매우 느리게 움직였다. 동심 가득한 공간을 천천히 즐기라는 배려인 것 같아 아이처럼 마음이 들떴다.

숲과 나무의 그림들로 장식된 엘리베이터 내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눈앞에 아이들만의 독립된 공간이 펼쳐진다.

영유아, 저학년, 중간 학년, 고학년, 청소년 등 연령별 구분과 시, 신화, 전설, 만화 등 다양한 장르별 구분, 그리고 동화책 안에서도 팝업북이나 보드북 등 형태별 구분이 세밀하게 잘 이루어져 있어 부모도 아이도 책을 고르기가 편리할 것 같았다. 또, 섹션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낮은 책꽂이가 있어 아이들 스스로 책을 가져다 읽을 수 있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에 둘러싸인 따뜻한 공간,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면서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공간이었다.


2018년 맥널리 잭슨은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두 번째 서점을, 2019년에는 Seaport에 세 번째 서점을 열었다. 네 번째 서점은 2022년 브루클린 시내에, 그리고 2023년 록펠러 센터에 다섯 번째 서점을 오픈했다.

내가 방문한 소호의 서점 자리는 작년에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새로 이사한 곳이다. 예전에는 서점 안 카페도 운영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대신, 아기자기하고 예쁜 문구들이 잔뜩 진열돼 있는 넓은 문구 코너가 인상적이었다.


같은 장르에서도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든든한, 언제든 다시 들르고 싶은, 그리고 함께 책을 읽어보지 않겠냐고 정답게 권하는 듯한 서점이었다.

책방의 소우주 같은 곳, 누구나 환영받는 곳, 맥널리 잭슨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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