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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May 28. 2024

나의 노래

짧은 여행 중 방문했던 한 현대 미술관에서 <Feeling Her Way>라는 작품을 보았다.

벽 장식, 포스터, 사진, 비디오, 음향으로 구성된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 1962~)의 설치미술 작품이다.

커다란 비디오 화면 안에서 뮤지션들이 악보 없이 제각각 노래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프로페셔널이므로 즉흥적으로 노래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눈을 지그시 감거나 손을 조용히 움직이며 오직 자신만의 세계에 도취된 듯, 혹은 무아지경에 이른 듯했다. 목소리들이 한데 섞여 마치 불협화음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그 순간 그들은 자기 자신을 벗어나 끝 간 데 없는 곳을 향한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의 목소리에 떨림, 높고 낮음, 부드러움과 단호함, 현존하는 실재와 그 울림들을 담은 노래를 지닌 존재들 일지 모른다.



문득, 준비된 악보에 너무 길들여진 채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보가 사라진다면 나는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될까.

마침내 나만의 노래를 발견하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 Ann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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