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밸디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어제 텍사스 주 유밸디라는 작은 타운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19명의 어린이와 2명의 교사가 숨졌다.
범인은 18세 틴 에이저로, 자신의 할머니에게 총격을 가한 후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생과 교사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 그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뉴욕 버펄로의 식료품점에서 10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희생된 총격 사건으로부터 불과 열흘 후에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올해는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명의 어린이와 7명의 교사가 희생된 총격 사건이 있은 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다.
미국에서 십여 년을 사는 동안 수많은 총기 사고들을 접해 왔다.
자고 일어나면 거의 매일 미국 여기저기에서 일어난 총기 사고에 대한 뉴스들을 볼 수 있었다. 가끔 걱정이 되어 연락하는 서울 지인들의 반응보다 훨씬 무뎌진 나 자신을 깨닫고 살짝 놀란 적도 있다. 그만큼 미국의 총기 사고는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일어난다.
CDC(미 질병 예방통제 센터)에 의하면,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미 전역에서 약 4만 3천 건의 총기 사고가 일어났고, 그중 2만 5천 건 정도는 총기를 사용한 자살이었다.
GVA(미 총기 관련 사고 통계기관)에 따르면, 2021년 총기 사고로 하루 5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NPR(National Public Radio)에 의하면, 올해 들어 다섯 달 동안 무려 27건의 학교 총기 사고가 발생했다.
몇 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둘째 아이에게서 알게 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별로 말이 없던 아이 하나가 친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화장실로 빨리 가. 그리고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마."
무슨 뜻일까. 왕따를 당하던 그 조용한 아이는 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학생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다. 자신의 친구를 위한 경고였던 것이다.
이러한 무서운 농담들이 미국 고등학생들 사이에 예사로 회자된다. 매일 학교에 가야 하는 내 아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걱정된다.
미국 아이들은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슬립오버를 자주 하는데, 부모들은 아이들이 밤새 총을 만지며 놀까 봐 몹시 불안해한다.
실제로, 미국인 총기 소지 수는 3억 9천만 정으로, 미국 가구의 40% 정도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어느 날 쇼핑몰에 갔다가, 여기서 총격이 일어난다면 난 어떡해야 할까 문득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생각하기조차 끔찍했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볼 것이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1년에 두 번 정도 '락다운 드릴'을 실시한다. 학교에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다. 락다운 드릴이 시작되면 교사와 학생들은 교실의 문을 잠그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 이때 누군가 노크해도 절대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나는 아이들 학교 도서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락다운 드릴을 경험한 적이 있다. 좁은 구석방에 다른 선생님들과 꼼짝없이 갇혀 있었는데, 실제 상황이라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텍사스 주는 미국에서 총기 관련 규제가 가장 느슨한 곳 중 하나다. 작년 5월, 텍사스 주는 총기 소지 허가 없이도 권총을 소유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꼭 1년 만에 어제의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NRA(전미 총기협회)의 각성을 촉구하며,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법률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바란다.
얼마나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이 총기 폭력으로 죽임을 당해야 하며, 생존자들은 언제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지켜봐야 하는가.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일곱 살에서 열 살 사이의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이었다.
유밸디 커뮤니티의 롭 초등학교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가 여기 함께 있으므로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모두가 반드시 마음을 합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