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많은 주름으로 가득했다 하셨죠.
검은 솜털이 온몸을 뒤덮어 마치 원숭이 같았다 하셨어요.
당신 속에서 제대로 받아낸 게 없어서
옥수수수염이 여린 속살을 감싸듯이
당신의 자궁 속에서 하나의 옷을 입고 나온 듯했다고
어린 당신의 젖을 먹으면서
여윈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면서
나의 검은 솜털은 벗겨지고 주름졌던 피부는 자리를 잡아갔겠죠
그러나 당신은 거상 같은 남편과 그의 혈육에 의해
점점 마르고 말라갔다 하셨어요
나를 안지 않은 당신은 헤멀건 얼굴의 여학생 같았겠죠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대가족의 반찬비를 벌며
당신은 구석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어요
그제야 당신은 책 속에서 밀쳐버린 세상을 다시 보신 거죠
그런 당신은 나는 달리 살라 하셨어요
세상은 보이는 곳 너머에 있고
너는 그곳에 자국을 남기라고
그러나 저 또한 당신을 닮아
나의 빈 곳을 메워주겠다는 언약에 현혹되어
나를 털어 채워주는 삶을 살았죠
당신의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나를 놓으며, 까무러치며 버티었던 출산의 고통보다
배를 찢고 당신의 속을 찢었겠죠
그러나 여렸던 당신을 닮고 싶지 않았던 딸은
여전히 소녀 같은 당신을 안고 언제가
두 손을 잡고 넓은 세상을 가로질러 밟자 약속했죠
곧 이룰 거예요 당신의 바람을
오늘 저를 내어놓으신 날
한번 더 다짐드려요.
2020. 0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