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안나 May 21. 2020

하늘이 붉다




저렇게 붉은 어둠을 본 적이 없다

밤의 서늘한 기운이 아니었다면

땅과 하늘의 경계가 갈라져 붉은 용암을 

마구 토해낸다 여겼을지 모른다


저 끝은 분명 울고 있었다

핏줄 가득 선 눈으로

그를 떠난 어촌 여인의 손길과 낮은 웃음소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갯벌 속 조개들은 숨을 새근거리고

저 멀리 이들 꿈속을 달래는 파도는 부드럽게 유영했지만

붉은빛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 나는

어둠이 낮보다 눈부셔 잠들 수 없었다


나를 떠난 이와

내가 보낸 이와

우리를 스쳐간 시간과

우리를 상처 낸 감정들이 저리도 저리도 붉었을까


그러나 칠흑의 어둠에 잠식당하듯

결국은 이렇게 흐르는 것이다


2020. 05. 22. Eve






작가의 이전글 청마靑馬 유치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