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붉은 어둠을 본 적이 없다
밤의 서늘한 기운이 아니었다면
땅과 하늘의 경계가 갈라져 붉은 용암을
마구 토해낸다 여겼을지 모른다
저 끝은 분명 울고 있었다
핏줄 가득 선 눈으로
그를 떠난 어촌 여인의 손길과 낮은 웃음소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갯벌 속 조개들은 숨을 새근거리고
저 멀리 이들 꿈속을 달래는 파도는 부드럽게 유영했지만
붉은빛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 나는
어둠이 낮보다 눈부셔 잠들 수 없었다
나를 떠난 이와
내가 보낸 이와
우리를 스쳐간 시간과
우리를 상처 낸 감정들이 저리도 저리도 붉었을까
그러나 칠흑의 어둠에 잠식당하듯
결국은 이렇게 흐르는 것이다
2020. 05. 22. 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