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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안나 May 10. 2020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인종차별적인 작품일까?





알렉상드르 마리 콜랭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1829


  

   셰익스피어가 인종차별적 요소를 오셀로의 비극적 요인으로 염두하고 작품을 썼는지에 대하여는 분명하지 않다. 사실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는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인권, 평등 운동과 함께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그 이전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작품에 등장하는 베니스인들이 타 인종들에 대하여 반응하는 태도에서는 인종적 편견의 감정을 분명히 읽어낼 수 있다.


   영국인들이 검은 피부의 이방인들을 직접 접하게 된 시기는 16세기 중엽으로, 영국과 스페인과의 분쟁으로 인한 많은 흑인들의 영국 영토 유입이 있었다. 또한 영국은 아프리카 북부지역에 살고 있던 검은 피부의 인종(Moor)들을 용병으로 받아들여 국방 경비 및 전쟁 군인으로 이용하였으며, 16세기 후반 신무역 항로의 개척과 더불어 많은 아프리카계 노예들의 유입이 이어졌다. 따라서 영국인들은 그들을 타국인, 특히 검은 피부의 이방인들을 하층의 존재로 인식하였으며 그들이 자신들을 위해 주어진 일을 수행할 때에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할 뿐, 이방인들이 백인들처럼 사회제도와 문화적 틀 안에서 동등해지는 것에 대하여는 강한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오셀로의 검은 피부에 대하여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의문이 제기되어 왔으며, 피부색과 관련한 논의는 오셀로의 비극을 한 개인의 파국으로 보기보다는 사회, 문화적 권력체제의 갈등과 타자성의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작품 속 질투의 감정을 강화시키는 강력한 요소로서, 바로 베니스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타 인종에 대한 편견 즉 인종차별적인 감정은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따라서 오셀로가 검은 피부의 무어인이며,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가 백인 처녀라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 비극적 결말을 관객에게 시사한다.


   군인으로서의 큰 성공은 오셀로에게 ‘용병’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망각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데스데모나와의 결혼을 통해 열등감을 해소하고 백인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랬지만, 오히려 결혼 이후 그의 열등감은 더욱 심화된다.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만나기 전에는 ‘존경받는 용병’ 베니스인 이었으나, 그녀와 결혼한 이후 백인 여성을 꾀어내 결혼한 ‘흑인 용병’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데스데모나의 사랑의 도피 또한 단지 그녀가 선택한 남성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베니스의 모든 이들에게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베니스의 한량인 로드리고는 흑백 간의 결혼을 인간과 짐승의 결합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데스데모나의 충실한 하녀이자 친구인 에밀리아조차도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것을 안 순간, 그들의 결혼을 가장 더러운 일이라고 폄하한다. 오셀로 또한 작품 속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작품에서 드러내는데 이처럼 인종 문제는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셀로의 심리적 공허가 인종적 지위에서 야기되었다 하더라도, 오셀로의 내적 결핍에 대한 감정은 결국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심리적인 형태들과 관련이 있다.


   오셀로는 인종적 편견으로 인한 열등감의 해결방법으로 베니스인과의 결혼을 통해 베니스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불안과 혐오를 일으키는, 그래서 경계의 대상이 되는 오셀로를 남편으로 선택한 데스데모나를 당대의 여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그려내고 그들의 결혼을 비극의 핵심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의 실질적 주제는 피부색이 아니라 인간 자체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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