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를 바라보는 한 권의 방법

그래픽노블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by 김리온

이 책은 방송에서 소개하진 않았다.

카프카의 일생을 따라가는 전기 형식이지만, 방송에서 다루기엔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전달하려면 아무래도 인물의 생애나 작품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하게 되는데,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은 그런 방식으로는 충분히 전할 수 없는 책이었다.




k482930766_3.jpg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지은이),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김성환 (옮긴이), 편영수 (감수) 소전서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사실 ‘그림’에 있다.
페이지마다 배치된 강렬하고 섬세한 일러스트가, 말보다 먼저 카프카의 분위기를 감지하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요점을 정리해 소개하기보다는, 직접 펼쳐 보고 눈으로 느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부터 내부 페이지까지, 카프카 특유의 불안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구성이 인상적이다.
하나하나의 그림이 그가 마주한 시간을 조용히 보여준다.
색감도, 구도도, 눈빛도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읽다 보면 카프카가 왜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받기보다, 작가의 세계와 감정에 조용히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이나 서사를 밀어붙이기보다, 한 사람의 복잡한 내부를 천천히 따라가게 만든 책이었다.







카프카는 자기 안에 너무 많은 세계를 감당해야 했던 사람이다.
1883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으로 살아갔다.
대표작으로는 『변신』, 『소송』, 『성』이 있고, 생전에 거의 무명에 가까웠지만 죽기 전까지도 글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였다.
그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내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라고 유언했지만, 브로트는 그 요청을 따르지 않았고,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카프카는 체코인이자 독일어 화자였고, 유대인이면서도 종교적 확신은 없었으며, 아버지에게 눌려 살면서도 끝내 끊어내지 못했다.
도시의 질서를 살았지만, 자연과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던 사람.
그 모든 것이 겹쳐져 그의 글 안에 녹아 있다.


<성>에서는 말 한마디 전하려고 다섯 페이지를 걸어가고 또 걸어간다.
<변신>에서는 단 한 문장으로 인간이 벌레가 되어버린다.
독자 입장에선 숨이 막히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건 어떤 관계든 쉽게 도달되지 않는다는 진실, 혹은 너무 급격하게 달라진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의 모습, 그 둘 다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최근에도 <변신>을 패러디한 질문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로 재탄생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읽히고 있다.
그의 글은 지금도 여전히 현대적이고, 그런 감각을 100년도 전에 문장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그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면적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그 사람은 저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저런 성격일 거야.”
작가라면 더욱 그렇다.
작품이 어둡고 절망적이면, 그 사람 자체도 그렇게 단정 지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프카는 단지 우울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유머가 있었고, 사랑을 원했고, 동시에 사랑을 피했다.
가족에게 눌리면서도, 끝까지 그 관계를 기록했다.
도망치지 않고 자기 안의 복잡함을 끝까지 감당한 사람.
이 책은 그런 복합적인 존재로서의 카프카를 말보다 이미지로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로 구성된 초상화에 가깝게 보였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한 장면씩 바라보고 머물다 보면 저절로 어떤 감각이 깨어나는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예술적인 책을 통해, 감정을 새롭게 만나고, 낯선 시선으로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카프카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복잡함’을 조용히 감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keyword
이전 08화<혼모노> 진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