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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an 25. 2020

가끔 꿈에서 과거를 본다

살아가는 이야기

아주 가끔 나는 과거의 꿈을 꾼다. 내가 태어나기도 몇십 년도 더 전인 그 당시의 거리를 걷고, 둘러보며 과거의 사람들을 만난다. 색깔은 대부분 흑백이거나 저녁 무렵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 꿈을 꾸는 것이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가끔은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 인사동 근처 어느 고급 술집에서 한복을 입은 여자를 보고 꿈에서는 나라고 여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는 내 사촌동생의 윗 윗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젊었을 때 모습을 봤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잘생긴 사촌 동생과 할아버지의 외모가 매우 닮아서 한눈에 낯이 익었고, 그 두 분은 한의원을 하고 계셨다. 그 거리를 보면서 꿈에서는 나는 그곳을 경남 마산이라고 인지를 하고 있고, 꿈에서 깨고 나면 그곳이 지금의 마산 창동의 극장 건너편이었다는 것을 또 기억한다. 물론 꿈에서의 모습은 마산이 산업화되기 이전의 모습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은탁이가 저승으로 가기 전에, 다시 태어나서 김신을 기억하기 위해 망각의 물을 원샷하지 않았듯이 전생의 나는 물을 반절 정도만 마셨나 보다. 그래서 전생의 모습과 거리들을 기억하고 꿈에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드라마 같은 상황도 상상해 본다. 


학교 때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비엔나에서 억압받는 유대인으로 살면서도 정신 분석을 하나의 이론이자 치료법으로 발전시킨 프로이트를 개인적으로 존경해 왔다. 무엇보다 수세기 넘게 종교나 신화의 영역에 속해 있던 꿈과 무의식을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20세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나는 평가한다.


흔치 않은 이런 꿈들을 꿀 때마다 나는 프로이트를 떠올린다. 과연 내가 그를 찾아갈 수 있다면, 그는 내 꿈을 분석하기 위해 나를 그의 방식대로 편안한 소파에 눕히고 내 꿈을 분석해 줬을까?


사실 나는 1910~40년대의 불안정했던 한국 사회로 되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배고프고 치안이 불안하고 여성으로서 길거리에 당당히 다닐 수도 없었던 시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느껴볼 수 없는 그 시대의 정서와 애환을 느껴보고, 서울의 밤거리를 걸어보고 싶다. 이런 소망과 잠재의식이 꿈에서나마 어렴풋이 이루어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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