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Jul 08. 2020

약자를 위한 정의가 있을까?

내 세금 돌려줘......

나는 법을 모른다. 


가끔 법률 조항을 정리해서 글을 올려주시는 내 작가님의 글에 있는 법률 조항만 정말 꼼꼼하게 읽어본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나라는 인간은 법률조항을 읽어나가는 순간부터 앞 문장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까먹는다. 분명히 한국말인데 문장이 너무 길고 나한테는 단어도 생소하다. 지금까지 법이라고는 4학년 1학기 때 행정법만 수업을 들었었다. (학점 따기 가장 쉬운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을 모르는 나도 우리 사회가 여성이나 약자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을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 


20대 초반에 사회인이 되어 나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세금을 국가에 꼬박꼬박 내왔다. (사실 미혼 여성으로서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고 느낄 때가 많다.) 체납 한번 없이 세금을 내면서 100%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적 서비스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얼마 있지도 않았던 나의 이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범죄자들은 너무도 쉽게 사회에 돌아올 수 있다. 원통하고 두려운 마음에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처벌의 수위를 높이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증거를 제출해도 법원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포기한 것만 같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체계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사회적 합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서울역 사건에서 범인을 풀어줬다는 얘기를 듣고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 안에서 울고 있던 피해자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나보다 어린 나이의 여성이 남은 삶을 제대로 살 수나 있을까? 피의자를 위한 법이 피해자를 위한 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만 같다.


미국은 처벌의 강도가 굉장히 강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나는 옳지 않다고 본다. 처벌을 위한 국내법이 이미 있는 이상 국내법의 처벌 수위가 적절하지 않다면 관련 법을 뜯어고쳐서라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아동이나 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관련 문제의식만 미약한 게 아니다.


한국의 법이 이상하다는 것은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는 미성년자들도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하게 처벌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범죄를 저지른다. 미성년자라서 교화의 가능성이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나는 절대 확신하지 않는다. 그들로 인하여 앞으로 언제 어디서 피해를 입을 선한 시민들이 더 우려가 된다.


주취자라서, 가정이 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범죄 형량을 감해주는 것은 그들에 대해 사법부에서 면죄부를 줬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우리의 법은 처벌의 목적이 피해자보다는 피의자의 교화에 맞추어져서 형량이 매우 약한 것 같다. 사회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범죄들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150년 전의 죄와 벌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의 손에 들려 있던 도끼에서 지금은 범죄의 양상이 핸드폰과 컴퓨터로 바뀌었다. 사회의 변화 속도에 사법부의 움직임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수많은 피해자들은 모자이크 속 화면 안에서 울고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능력을 할 줄 안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