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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pr 30. 2020

6일 간 퇴사한 것처럼 생활하기

연휴엔 집에서 쉬면서 서울 구경해야지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한꺼번에 몰아서 일을 해야 집중력 있게 일이 더 잘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내 경험상 보통 한꺼번에 몰아서 일을 처리하는 동료의 경우 오타나 실수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몇 개가 더 있다. 매번 지적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7년째 오타를 얘기를 해야만 하는 직원도 있다. 지난 몇 년간은 그 직원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 후 내 마음도 편해졌다. 대신 그 직원은 점심 메뉴 선정은 기가 막히게 잘한다. 그런 부분은 내가 잘 못하고 신경도 못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의 일을 그 직원이 대신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직원도 우리 사무실에서 꼭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것보다는 서로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야 발전이 있고 재미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니 수정된 결재를 다시 검토하느라 어느 순간 손에 잉크가 여기저기 묻어서 하루 종일 지워지지 않을 때에도 마음이 그리 불편하지는 않게 됐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1번씩 떠나는 휴가 전날에는 항상 평소에 있지도 않은 사건 사고들이 팡팡 터졌다. 그걸 수습하고 끝내고 나면 사무실에는 항상 나 혼자였고, 극도의 피로한 상태로 혼자 퇴근했다.


나에게 있어서 진정한 휴가는 비행기 안에서 핸드폰을 끄고 잠을 잘 때였다


하지만 이번 연휴는 평소와 다르다. 인천공항이 북적이고 서울 시내가 텅 비어야 하는데 백화점 면세품 코너에는 사람이 텅 비어 있다. 10년 만에 한국에서 머무는 연휴이지만 조카로부터 해방되는 날이기도 해서 의미가 굉장히 크다.


어제는 4월 달 최종 보고를 숫자로 윗선에 전달하는 날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체력은 조금씩 아껴 썼다. 좀 더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은 더 일어나서 물도 마시고 급하지도 않은 화장실에도 갔다.


10시까지 최종 자료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윗선의 요청에 9시 45분까지 마감해서 자료를 드렸다. 


평소보다 순조롭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업무가 착착 끝나지는 않았다. 그날도 여러 사람의 사소한 실수를 처리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싸지른걸 연휴 전날에까지 이렇게 치우다 보니 내가 변기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제는 마음이 급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어제는 오빠네 가족이랑 밥 먹기로 한 날이라서 칼퇴를 무조건 해야 했다. 5시 30분에 조카가 회사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업무 끝내는 것을 5시 목표로 잡았다. (일하다 보면 항상 30분 정도가 시간이 더 걸리더라. 야근 수당이 없기 때문에 오버해서 내 체력을 축낼 필요가 절대 없다) 조카를 만나기 전에 회사 바로 밑에 있는 E 커피숍에서 쿠키를 6개 사고 정신없이 조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어디선가 조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통통이 고모! 여기에요!

자세히 봐봐. 오늘 고모 통통하지 않아. 힘들어서 핼쑥해졌어...

아니야 고모는 볼이 통통해서 오늘도 통통이 맞아


조카를 차에 태우고 가족과 함께 음식점으로 이동을 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을 하는 건데도 하루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평소보다 밥도 빨리 먹었다. 하루가 정신없이 바쁘면 운동을 할 때도 느긋하지 못하고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너무 피곤하다 보니 어젯밤에는 잠도 제대로 안 왔고, 꿈속에서도 나는 다시 상무님과 만나서 회의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비록 깊이 있게 잠을 못 잤지만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휴식이었다.


연휴 동안 호텔 뷔페를 간다는 사람도 있고, 펜션이나 호텔에서 쉬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펜션이나 5성급 호텔보다 우리 집이 좋다.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식기에 밥과 디저트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조용히 내 생활을 하면서 책도 보고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서울의 인적 드문 어딘가에도 가볼 생각이다. 집 근처에 플라잉 요가가 생겼다고 하니 내일 한번 답사를 가봐야겠다.


플라잉 요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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