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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pr 27. 2020

나는 소망한다. 소음 없는 세상을

한여름에도 창문 열고 자고 싶다

왜 임원들은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는 걸까?


집중력이 남들보다 월등히 떨어져서 주위가 산만하면 책도 못 읽고 일도 못한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 아무데서도 전화가 안 올 고요한 시간에 모든 일을 다 해치우려고 노력한다. 8시 30분에 출근해서 9시 30분까지가 사무실에서 가장 조용한 시간이다. 가장 소중한 이 시간에 거의 모든 업무를 빠르게 끝낸다. 나에겐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이다.


원래 사무실이 지금처럼 시끄럽지 않았다. 그런데 소방법 규정에 맞게 사무실 안에 회의실과 임원실 벽 위에 칸막이가 없어졌다. 즉, 사무실 안은 단지 구획만 나뉜 몇 개의 공간이 생긴 셈이다. 그래서 개인이 통화하는 소리나 소규모 회의 소리가 전부 밖으로 새어 나온다. 게다가 화상으로 회의를 하는 빈도수가 늘면서 조용히 업무를 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는 소음에 더 적응하기가 힘들어졌다. 한여름 고요한 새벽 시간에 어딘가에서 술 먹고 소리치고 좋지도 않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소음에 항상 잠에서 깨곤 했다. 여름에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바람을 쐬며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여기로 이사를 온 이후로 창문마저 전부 닫고 자게 됐다. 그리고 무슨 배달 오토바이 소음이 이렇게나 심한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 손으로 배달 음식점 번호를 한 번도 안 눌러봐서 그런지 새벽시간에도 남들이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먹는지 몰랐다. 배달 오토바이의 소음을 법으로 규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년 여름에는 주취자들 소리에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내 방 너머로 어떤 사람들인지 관찰을 했었다. 데미안에 나오는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세계가 여기인가 싶었다. 저 세계는 내가 있는 세상과 다른 곳인 것 같았다. 아침에는 저 쪽 세상도 아주 조용하다. 마치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만약 내가 그들의 행동에 대해 충분히 고려를 해 준다면 그들은 선을 행하게 될까?


남들이 휴식을 취하는 고요한 밤에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을 어딘가에 가둬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왜 난동을 부리고 소음을 일으키는지 사회적 이유나 심리적 이유를 따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 관사에서만 살았던 내 주변에는 논과 밭이 있었고 기껏해야 군부대가 있었다. 소음이라고는 가끔 부대에서 나는 총소리였다. 그래서 남들보다 소음에 좀 더 예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만 소리에 예민한 줄 알았는데,

아침에 사무실로 가져갈 커피를 내리면서 원두가 갈리는 소리에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조카가 한마디 했다.


아이고 너무 시끄러워서 소리가 안 들려요!


세상에나 나보다 더 예민한 분이 우리 집에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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