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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Feb 29. 2020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고비도 많았고 나 스스로가 이별을 준비한 적도 많았지만,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려서부터 이별이 싫었다. 

무궁화호를 타고 외할아버지 집에 내려갈 때면 나는 며칠 뒤 나랑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기차 밖에서 울고 계실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누가 보면 어렸을 적에 버림이라도 받아본 기억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에 대한 불안함이 남들보다는 강했던 것 같다.


구구단이나 외우고 다닐 나이여서 한용운 시인의 만날 때 이미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처럼 이라는 문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을 텐데 어찌 나는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만나고 헤어짐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헤어짐이 싫다.

물론 누군들 헤어짐을 전제로 만나겠느냐만은 나는 헤어질 거면 애초에 안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은연중에 가지고 있다.


이별은 준비만 한다고 해서 가볍게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헤어짐도 타이밍이 필요했다.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타이밍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별을 준비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작년 2월은 엄청 힘들었다.

마음 편했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올해 2월 역시 만만치 않았다.

밖으로는 역병과 더불어 내 안에는 쓰나미 같은 일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작년 2월보다는 훨씬 외롭지 않고 의외로 버틸만했다.

작년 2월은 올해 2월을 위한 센 예방주사였나 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백신을 가지게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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