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하는 소과장

어렸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오르골 산 이야기

by 문간방 박씨

이번 주말엔 유난히 피곤했다.

하지만, 나는 주말에 낮잠을 자고 싶을 정도로 피곤할 때는 눕지 않고 대신 일어나서 집안 청소를 한다.


낮잠을 10분만 잠깐 자고 싶은데 누워 있으면 항상 2시간 이상을 잔다. 일어나 보면 내 소중한 주말이 고작 낮잠 자는 걸로 소비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화가 날 때도 있고, 지나간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친구랑 주말에 약속이 있을 땐 지하철 안에서 낮잠을 자곤 한다. (더 자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내리려고 깨니까......)


이번 주는 특히 피곤한 주였고, 날이 무척이나 더운 데다가 외부 일정도 많았다. 이래저래 밖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만보기에는 15,000보 이상 찍힐 때도 있다. 보통 사무직들은 많이 걷지 않아서 문제라는데 나는 그럴 걱정은 없다. 그리고 차라리 외근이 많아서 일을 집중해서 빨리 마치고 외근 나가는 걸 더 선호한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않게 하루에 만보는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오전에 외부 일정이 있을 경우에 좋은 점은 평소보다 30분은 더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외부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오후 근무 전에 낮잠을 조금이라도 잘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잠을 너무 푹 자기 때문에 거의 매번 어르신들이 나를 걱정스럽게 깨워주신다. 놀라서 일어나 보면 아직 내가 내려야 할 역까지 한참 남았었다. 그분들 눈에는 내가 너무 애처롭게 걸터앉아서 자고 있었나 보다.


이번 주에는 외근을 나갔다가 밥을 먹으려고 인사동으로 왔다.

인사동에는 굉장히 유명한 된장찌개 파는 곳이 있다. 주말에는 대기줄이 어마어마하다. 나는 몹시 배가 고팠기 때문에 그 된장찌개 파는 집에 가서 오전 11시에 문 열자마자 이른 점심 식사를 했다. 된장찌개에 밥 그리고 이베리코 돼지고기 180g을 전부 먹어치웠다. 대기줄 없이 조용하고 한가롭게 밥을 먹는 이 자유가 참 좋다.


KakaoTalk_20200701_124518400_02.jpg 된장찌개는 엄마가 해주시는 것보다 맛이 훨씬 강하다. 미나리랑 달래 같은 채소가 찌개 안에 듬뿍 들어있다


밥을 먹고 종로 3가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는데 한 가게 밖에 진열돼 있던 오르골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어렸을 때부터 오르골을 정말 가지고 싶었다. 매번 오르골을 사 달라고 조르는 나에게 엄마는 짧고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비싸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오르골은 비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서 파는 오르골의 가격은 , 가 2개나 찍혀 있는 것도 있었다. 물론 그런 오르골은 하나의 작품이었다. 오르골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다시 생긴 것은 내 최애 드라마 중 하나인 미스터 선샤인에서 이병헌이 가지고 있던 오르골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살면서 오르골 하나는 있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에 기회 되면 꼭 하나 사고 싶었다. 그러다가 외근 나왔다가 인사동에서 인생 오르골을 만났다.


Sankyo Orpheus 30 note music box


사실 스위스 오르골도 있었는데 그건 15만 원으로 너무 비쌌다. 스위스 오르골은 내가 아는 도자기 브랜드라서 더 탐이 나긴 했지만 예정에 없던 큰 지출을 하기엔 많이 망설여졌다. 이 일본 오르골도 3만 원이라는 가격에 고민을 많이 했다. 게다가 이 오르골을 들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나는 오르골을 사지 않고 회사로 복귀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와서 일을 하면서 이 오르골이 자꾸 눈에 밟혔다. 토요일에 다시 인사동에 가서 사면 된다 라고 위안을 삼았지만 혹시라도 다른 사람 눈에 먼저 들어서 팔렸을까 봐 마음이 불안했다. 다행히 이 오르골은 어제까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았고 나한테 시집오게 됐다.


일본 물건을 배척하자고는 하지만 이 오르골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 오르골을 열었을 때 풍기는 진한 나무 냄새와 촉감이 매우 좋다.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져서 어젯밤에는 자기 전에 오르골을 들으면서 잠이 들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에는 오르골에서 나무 냄새가 더욱더 짙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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