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서점 탐방 이야기

나도 언젠가 이런 공간을??

by 문간방 박씨

역병이 다시 창궐할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지 2개월이 지났다. 더운 여름이지만 나는 KF94만 착용하고 다닌다. 왜냐하면 집에 KF94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에 회사 재고처리로 1장 당 600원에 팔던 KF94 마스크 몇 박스 사둔 것을 이제야 거의 다 사용했다. 다른 사람들이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코나 입을 드러내고 다니기 때문에 나라도 항상 KF94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


5주 간의 긴 장마가 나는 좋았다.

사람들의 불필요한 외출이 줄어들게 되니 역병도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웃 아파트에서 술 먹고 "왜 나를 무시해!, 왜 반말해!"라고 몸통에서 우러나오는 울림통 큰 고함소리도 5주간은 잠잠했다.


물론 장마철에도 사건사고에는 예외가 없나 보다. 지난 주말에 이웃 아파트를 가로질러서 우리 집으로 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람들 틈으로 보니 경찰 세명에 아파트 경비원들이 서 있었다. 호기심에 멀리서 지켜보는데 5~6명의 꼬맹이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경찰 세명 중 한 명을 둘러쌌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얘들아 저리 가

왜 오셨어요?

위험하니까 저리 가라고

왜 여기 사진 찍어요?

(엄청난 중저음으로) 저리 가라고......

알려주시면 안 돼요?

위에서 프라이팬이 떨어져서 사람이 맞았어


그 순간 아이들 포함해서 내 눈까지 12개의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아파트가 20층은 넘어 보이는데 누가 던진 걸까? 이웃 아파트에는 정말 별 일도 다 있구나 싶었다.


야!!! 여기 프라이팬 떨어져서 사람이 맞았대!


꼬치꼬치 캐묻던 똘똘해 보이던 남자아이가 멀리 있던 친구들에게 한 손을 번쩍 들어서 소식을 전했다. 그 순간 열댓 명의 아이들이 또 우르르 몰려왔다. 목 뒤에는 선크림을 잊었는지 빨갛게 익을 대로 익었고 살집도 좋아서 엄청 더워 보이던 경찰은 어느 순간 열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에 둘러싸였다. 나 같았으면 "야!!! 저리 가라고!!"라고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질렀을 텐데 그분은 화도 내지 않고 별다른 미동도 없이 짝발을 짚은채 일에만 몰두했다. 또 한 명은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있었고 가장 앳된 모습의 경찰은 사건보다는 주위에 몰려있는 나 같은 구경꾼들을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이 아파트를 지나갈 땐 머리 위도 조심해야겠구나! 그나저나 프라이팬을 맞았다는 70대 노인 분은 괜찮으신지 걱정이다.


이런 살벌한 동네에 작은 책방이 들어섰다니 왠지 나는 이 동네에 유일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방 인스타그램을 보니 오후 12시가 오픈 시간이라고 한다. 그 시간에 맞춰서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서점은 매우 가까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길만 건너면 보이는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는 작은 책방이었다.


이 동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점이 과연 오래 버틸까 하는 궁금함과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다.


IMG_20200815_193154_369.jpg 내가 좋아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2개나 더 있었다. 비싸서 나도 아직 구입을 미루고 있다가 사는 것을 포기한 조명인데......
IMG_20200815_193154_347.jpg 비바람이 몰아치던 토요일이었다. 홀로 작은 책방에 서서 마음에 드는 책을 보고 있자니 굳이 멀리 휴가 갈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방 너머로 보이는 주택가의 분위기가 다소 이질적이기도 하다. 환기시킨다고 서점 문을 활짝 열어놨다가 통제되지 않던 동네 소음에 내 또래의 사장님이 일어나서 문을 얼른 닫았다.


IMG_20200815_193154_346.jpg 회사 때려치우고 이런 북카페 창업을 꿈꿨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찌든 지금의 내 입장에서 보니 사장님은 과연 한 달에 얼마나 벌까, 남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든다
IMG_20200815_193154_345.jpg 탐나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과 그릇장 그리고 가운데 진열된 북유럽 아라비카 잔이다. 사장님이 나처럼 차와 커피를 좋아하나 보다
IMG_20200815_193154_366.jpg 위에 보이는 문구 이야기 책은 유럽 여행 중에 사서 모은 볼펜과 연필 등과 관련된 책이다. 지나치기 쉬운 소재거리를 찾아서 책을 펴낸 것도 대단한 아이디어인듯하다


이 책방에서 책을 10권 사면 1권은 무료로 준다고 한다.

매일 3~4개씩 인스타그램에 사장님이 업데이트 글을 올려놓는다. 서평을 써 놓은 것들을 보니 글을 깔끔하게 잘 쓰시는 분인 것 같다.


나는 이 책방에서 책 표지가 아주 독특한 고전을 하나 샀다.

오랜만에 종이책을 읽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다. 앞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니까 이 시간을 활용해서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들을 찾아서 코로나 시대에 지지 않고 재밌게 지내봐야겠다.


오늘도 새로운 책이 입고가 됐다고 인스타그램에 떴다. 그리고 손님 한 명이 왔다 갈 때마다 소독하고 개나 고양이 그리고 아이들까지도 환영하니 부담 없이 오라고 적혀 있었다. 내 또래의 사장님이 책 많이 팔아서 부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병이 잠잠해지면 김소영 아나운서 책방도 꼭 가보고 싶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파는 커피랑 쿠키를 먹으면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오상진 아나운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10월쯤 되면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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