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Aug 19. 2020

집 근처 서점 탐방 이야기

나도 언젠가 이런 공간을??

역병이 다시 창궐할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지 2개월이 지났다. 더운 여름이지만 나는 KF94만 착용하고 다닌다. 왜냐하면 집에 KF94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에 회사 재고처리로 1장 당 600원에 팔던 KF94 마스크 몇 박스 사둔 것을 이제야 거의 다 사용했다. 다른 사람들이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코나 입을 드러내고 다니기 때문에 나라도 항상 KF94를 고집할 수밖에 없다.


5주 간의 긴 장마가 나는 좋았다.

사람들의 불필요한 외출이 줄어들게 되니 역병도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웃 아파트에서 술 먹고 "왜 나를 무시해!, 왜 반말해!"라고 몸통에서 우러나오는 울림통 큰 고함소리도 5주간은 잠잠했다. 


물론 장마철에도 사건사고에는 예외가 없나 보다. 지난 주말에 이웃 아파트를 가로질러서 우리 집으로 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람들 틈으로 보니 경찰 세명에 아파트 경비원들이 서 있었다. 호기심에 멀리서 지켜보는데 5~6명의 꼬맹이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경찰 세명 중 한 명을 둘러쌌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얘들아 저리 가

왜 오셨어요?

위험하니까 저리 가라고

왜 여기 사진 찍어요?

(엄청난 중저음으로) 저리 가라고......

알려주시면 안 돼요?

위에서 프라이팬이 떨어져서 사람이 맞았어


그 순간 아이들 포함해서 내 눈까지 12개의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아파트가 20층은 넘어 보이는데 누가 던진 걸까? 이웃 아파트에는 정말 별 일도 다 있구나 싶었다.


야!!! 여기 프라이팬 떨어져서 사람이 맞았대!


꼬치꼬치 캐묻던 똘똘해 보이던 남자아이가 멀리 있던 친구들에게 한 손을 번쩍 들어서 소식을 전했다. 그 순간 열댓 명의 아이들이 또 우르르 몰려왔다. 목 뒤에는 선크림을 잊었는지 빨갛게 익을 대로 익었고 살집도 좋아서 엄청 더워 보이던 경찰은 어느 순간 열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에 둘러싸였다. 나 같았으면 "야!!! 저리 가라고!!"라고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질렀을 텐데 그분은 화도 내지 않고 별다른 미동도 없이 짝발을 짚은채 일에만 몰두했다. 또 한 명은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있었고 가장 앳된 모습의 경찰은 사건보다는 주위에 몰려있는 나 같은 구경꾼들을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이 아파트를 지나갈 땐 머리 위도 조심해야겠구나! 그나저나 프라이팬을 맞았다는 70대 노인 분은 괜찮으신지 걱정이다.


이런 살벌한 동네에 작은 책방이 들어섰다니 왠지 나는 이 동네에 유일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방 인스타그램을 보니 오후 12시가 오픈 시간이라고 한다. 그 시간에 맞춰서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서점은 매우 가까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길만 건너면 보이는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는 작은 책방이었다.


이 동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점이 과연 오래 버틸까 하는 궁금함과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2개나 더 있었다. 비싸서 나도 아직 구입을 미루고 있다가 사는 것을 포기한 조명인데......
비바람이 몰아치던 토요일이었다. 홀로 작은 책방에 서서 마음에 드는 책을 보고 있자니 굳이 멀리 휴가 갈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방 너머로 보이는 주택가의 분위기가 다소 이질적이기도 하다. 환기시킨다고 서점 문을 활짝 열어놨다가 통제되지 않던 동네 소음에 내 또래의 사장님이 일어나서 문을 얼른 닫았다.


회사 때려치우고 이런 북카페 창업을 꿈꿨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찌든 지금의 내 입장에서 보니 사장님은 과연 한 달에 얼마나 벌까, 남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든다
탐나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과 그릇장 그리고 가운데 진열된 북유럽 아라비카 잔이다. 사장님이 나처럼 차와 커피를 좋아하나 보다
위에 보이는 문구 이야기 책은 유럽 여행 중에 사서 모은 볼펜과 연필 등과 관련된 책이다. 지나치기 쉬운 소재거리를 찾아서 책을 펴낸 것도 대단한 아이디어인듯하다

    

이 책방에서 책을 10권 사면 1권은 무료로 준다고 한다.

매일 3~4개씩 인스타그램에 사장님이 업데이트 글을 올려놓는다. 서평을 써 놓은 것들을 보니 글을 깔끔하게 잘 쓰시는 분인 것 같다.


나는 이 책방에서 책 표지가 아주 독특한 고전을 하나 샀다.

오랜만에 종이책을 읽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다. 앞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니까 이 시간을 활용해서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들을 찾아서 코로나 시대에 지지 않고 재밌게 지내봐야겠다.


오늘도 새로운 책이 입고가 됐다고 인스타그램에 떴다. 그리고 손님 한 명이 왔다 갈 때마다 소독하고 개나 고양이 그리고 아이들까지도 환영하니 부담 없이 오라고 적혀 있었다. 내 또래의 사장님이 책 많이 팔아서 부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병이 잠잠해지면 김소영 아나운서 책방도 꼭 가보고 싶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파는 커피랑 쿠키를 먹으면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오상진 아나운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10월쯤 되면 갈 수 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를 맛있게 타는 소과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