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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ug 24. 2020

이번엔 은팔찌 판 이야기

집콕하면서 나답게 미니멀리즘 하는 중...

해외여행 다니면서 액세서리도 가끔 샀다.

주인장이 은이라고 주장을 하거나 빈티지샵에서 maybe 은일 거야 라는 얘기를 듣고 은팔찌를 사 온 경험이 딱 두 번 있다.


첫 번째 은이라고 확신한 주인장을 나는 멕시코 시티 외곽에 위치한 Teotihuacan에서 만났다.

멕시코는 은이 유명하다. 그래서 은으로 된 액세서리가 많다. 멕시코에 갔을 때 꼭 사 오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은으로 된 액세서리였다. 멕시코에서는 큰돈을 내면 거스름돈을 안 준다는 얘기를 들어서 봉투 안에 잔돈 한 뭉치를 들고 다녔었다. (다행히 나의 경우 잔돈 잘 주는 사람들만 만났다) 그래서 내 크로스백 안에는 엄청난 뭉치의 현금이 있었지만 그래 봤자 한국 돈으로 15만 원이었다. 그래도 15만 원이 그들에게는 큰돈이다.


Teotihuacan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기아대책 같은 곳에 돈을 내는 것보다는 여기서 물건값을 안 깎고 사주는 게 수수료 안 떼이고 이 사람들한테 더 많은 도움을 주겠다 싶을 정도의 행색을 가진 할아버지들이 나한테 액세서리 뭉치를 들고 뛰어왔다.


이 팔찌 얼만데?

이거 은으로 만들어진 팔찌야

아 그래? 그래서 얼만데?

3만 원

뭐? 미안, 너무 비싸다

그럼 2만 원!

미안~ 한국에서 사는 게 낫겠어. Adios~

그럼 만원!

흠... 8천 원이면 살게


은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다소 조잡해 보였던 팔찌를 3만 원에서 8천 원까지 깎아서 샀다. 팔찌를 수갑처럼 (수갑을 차보진 않았지만) 내 왼손에 채워야 하는 건데 돈을 지불하고 나서 보니 팔찌를 채우기 위해 버튼을 누르고 여는 것부터 너무 빡빡했다.


이런! 이 따위 팔찌가 은으로 만들어졌을 리가 없지. 바보같이 괜히 샀네


묵직하고 꾀죄죄했던 팔찌는 모양도 직사각형이라서 손목뼈에 부딪힐 때마다 아팠다. 결국 나는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팔찌를 빼서 캐리어 안에 넣고 지금까지 그 팔찌를 찬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도 나는 이 팔찌가 가짜 은팔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 번째로 산 maybe 은팔찌일거야는 물가 비싼 유럽에서 샀다.

묵직하고 터키석 같은 돌이 "짠"하고 박혀 있어서 아주 고급스러웠다. 빈티지샵 아주머니는 200불로 붙어 있던 가격표를 떼고 나에게 그 팔찌를 100불에 파셨다. 팔찌 사이즈는 내가 조절할 수 있어서 손목에 넣을 때는 팔찌를 손으로 늘렸다가 손으로 다시 조여서 내 손목에 맞췄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오랫동안 그 팔찌를 차고 다녔는지 그 은팔찌가 부러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인 것을 봤다. 비싼 값에 산 팔찌이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팔찌라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 팔찌로 사용도 못할 거 한번 팔아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1년 만에 다시 종로 3가 금은방으로 향했다.


궁금했다.

정말 내가 가지고 있던 팔찌가 은인지 아닌지......

멕시코에서 산 팔찌는 은이 아닐 텐데 괜히 금은방 아저씨한테 놀림받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됐다. 하지만 1년 전과 똑같은 모습의 시크한 아저씨는 나에게 상관없다고 가지고 온 것을 다 꺼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시금석에다가 내 팔찌 두 개를 싹싹 긁고 액체를 떨어뜨려가면서 은인지 아닌지 신중하게 판단을 하셨다.


놀랍게도 멕시코에서 산 8천 원짜리 팔찌는 정말 은이었다. 그리고 100불 주고 유럽에서 산 팔찌도 역시 은이었다. 그러나 은의 가격은 너무 싸다. 금 가격과는 비교가 안된다. 내 계산방식대로라면 8천 원+100불을 해서 13만 원 정도를 받아야 하지만 은 가치는 순수 무게만 따지기 때문에 나는 고작 3만 5천 원만 받을 수 있었다.


요즘 역병 때문에 주말에도 집에 있다 보니 집안 정리를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책상 서랍이나 책장에 쌓여있던 것들을 정리하니 물건이 차고 넘치고 있었다는 걸 느낀다. 지난 주말에는 액세서리 함을 정리하다가 절대 착용하지 않던 은팔찌까지 팔고 나니 새로운 공간도 생겼다. 이번 기회에 앞으로 내가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나답게 미니멀리즘도 실천해봐야겠다.


참고로, 은도금은 팔 수 없다. 집에 장발장이 훔친 것과 비슷하게 생긴 부러진 은촛대도 있어서 팔아볼까 했는데 은도금이나 금도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알아가는 것도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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