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Sep 02. 2020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변

누가 물었다. 왜 나는 주식도 안 하고 신용카드도 없고 혼자 사냐고

모든 사람들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돈을 날리려고 주식을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주식은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누가누가 어디 주식을 사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곧잘 들려도 누가누가 어디 주식을 사서 얼마만큼 손해를 봤다는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들은 본인이 실패했던 경험을 남들에게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가 보다.


C회사 주식이 100% 오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주식을 한 번도 사지 않았다. 예상대로 상반기에 그 회사 주식은 처음보다 3배 넘게 올랐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주식을 조금만 샀던 사람들은 주식이 오른 것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어떤 사람은 그 회사 주식에 전재산을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나는 100%의 확신이 있었으면서도 왜 주식을 사지 않았을까?

나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원칙이 있다. 언제 어느 때에 무슨 계기가 있어서 결심을 딱 내린 것은 절대 아니다. 살다 보니까 '그냥 몇 가지 것들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 정해진 것뿐이다.


그중의 하나가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주식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주식이 2배 넘게 오르는 순간부터 나도 사람인지라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 나중에는 찌질하게도 '1달 치 월급이라도 넣었어야 했나'라는 후회도 했다. 그렇지만 복잡한 생각을 싫어하는 나는 그 일도 쉽게 잊었다. 그리고 남들이 그다지 부럽지 않았다. 그 주식에 투자한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주식으로 손해를 본 사람들이 이번에는 좀 만회해 보려고 또 투자를 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다.

한 때 따박따박 하나씩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한테 5년 넘게 기가 빨려서 그런지 나 나름의 "적당한" 논리를 추구한다. 그런데 나는 머리로 설득이 되어야만 연애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내 아이의 아빠로 어떨까?
이 사람과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을 머리로 꾸준히 생각해서 나한테 설득이 되면 그때부터 사귀기 시작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지 않으면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얘기를 하거나 보기에 매우 괜찮아 보이는 점이 있어도 내가 정해놓은 유형에서 조금이라도 멀면 쉽게 연애를 시작하지 않거나 연애를 해도 오래가지 못했다.


물론 연애를 할 때마다 설레는 그 감정은 참 좋다. 매번 두근거리는 그 감정이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굳이 연애를 하지 않아도 잘 지내기도 한다. 혼자 벌어서 혼자 쓸 거 쓰고 노후도 혼자 준비하고 있다.


나는 연애가 어렵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왜냐하면 내 또래의 여자들과 다르게 연애로 빠르게 흘러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나 스스로가 상대방과의 관계에 있어서 브레이크를 계속 걸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주식이나 신용카드에 대한 유혹이 생길 때마다 나 자신이 통제를 하는 것처럼......


그러다 보니 상대에게서 상처를 받은 적도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할 일도 없었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밤을 새워서 펑펑 운 적도 없었다. 슬퍼도 다음 날 출근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식으로 큰돈을 번 적도 없었고, 신용카드의 달콤한 혜택을 받은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혜택을 못 받는다면 굳이 그곳에 찾아가서 먹지 않고 쓰지 않으면 되니까. 프랜차이즈 말고도 서울엔 독특하고 맛있는 곳이 많으니까.


언젠가 이런 것들도 머리로 설득이 되면 나도 바뀌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내 경험상 인간은 절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남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고, 나 자신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라고 기대도 안 한다. 팔자나 사람의 운명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날 밤 그 사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