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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ug 29. 2020

그날 밤 그 사내 이야기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하필 우리 동네에 있다

내 글에 가끔씩 등장했던 이웃 아파트의 주취자는 단순한 주취자가 아니었다.

그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밖에서 울부짖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미*놈"이 또 등장했다고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는 정말 미친 사람이었다. 아직도 미친 사람이 버젓이 우리 주변에 돌아다닌다는 게 놀라웠다.


그날 밤은 유난히 더 소란스러웠다.

여기가 설악산인 줄 착각했는지 "야"를 있는 힘껏 끝없이 외치던 그 남자가 나는 너무 궁금했다. 어떤 사유로 미치게 됐을까? 도대체 밤이 되면 왜 집에 안 들어가고 밖에서 울부짖나? 산에서도 "야호 금지"가 된걸 내가 중학교 때부터 들은 것 같으니 꽤나 오래 전인 것이 분명한데, 이 사람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인가?라는 의문도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참을 수 없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날 밤엔 거실 창문을 열고 발을 딛고 올라가서 잠옷 바람으로 밖을 쳐다봤다. 내가 있는 거실은 환하고, 굉음을 내는 사내가 있는 곳은 칠흑같이 어두운 곳이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모습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창문턱에 서 있는 내 뒷모습을 보고 아빠는 빨리 내려오라고, 그 미친놈이 네가 구경하는 거 보고 우리 집으로 쫓아 올라오면 어쩌냐고 야단을 치셨다.


소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 날은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다. 오후 11시가 되기도 전에 침대에 누워서 사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강 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내 방 창문을 열면 이웃 아파트 중에서도 임대 아파트가 정면으로 보인다. 바로 그곳에서 그 사내가 오늘따라 뭔가가 쌓인 게 많은지 유독 오랜 시간 고함을 치고 있었다. 몇몇 우리 아파트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서 상황을 살피거나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 머리 위에 계시던 9층 아저씨는 창밖을 내다보며 그 사내를 향해 찰지게 욕을 하셨다. 잠시 후 누군가가 와서 그 사내를 잡아끄는지 그 사내는 아프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 이후로 동네가 다시 잠잠해졌다.


본인이 아픈 건 중요하고 본인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전혀 개의치 않는 걸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임이 분명했다. 이 세상에 정상인 사람보다 비정상인 사람들이 더 많은 걸까? 본인의 감정을 조절 못하고 신발을 벗어서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욕설을 내뱉는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이미 병들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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