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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Nov 25. 2020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느낄 땐 운동을 해보자

운동에 끝이 있을까?

필라테스 학원을 옮긴 후로 헬스를 하고 있다.

11년 동안 (핫) 요가, 복싱, 헬스 그리고 필라테스 같은 이런저런 운동을 하면서 한번 이상씩 전부 거쳤던 동작이라 나에겐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 과거엔 기분 전환과 체력을 기르고 근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근력을 유지하면서 몸무게를 52kg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25살에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이 문을 열자마자 등록을 했다. 그땐 러닝머신 위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 날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엄마랑 같이 헬스장에 갔다가 같이 샤워실에 들어갔다.


Sorita : 엄마, 저기 할머니들 엉덩이는 왜 다 울고 있어요? 

엄마 : 뭐?

Sorita : 다른 곳은 살이 되게 많은데 엉덩이에만 살이 없고 살이 전부 역삼각형으로 늘어져있잖아요.
 
엄마 : 니도 나이 들어봐라. 니는 더 늘어질끼다


엄마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에 씻다가 말고 내 엉덩이를 처음으로 더듬어봤다. 대학생 때나 직장을 다니면서 앞은 신경을 많이 써도 뒤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기 엉덩이처럼 볼록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엉덩이는 20년 넘게 서 있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는지 납작하고 복부보다 살이 훨씬 없었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야근까지 하느라고 앉아있는 시간이 10시간은 넘는데 앞으로 엉덩이가 더 납작해질 일만 남았구나'라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순간 겁도 났다. 이래서는 엄마 말씀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진 엉덩이를 갖게 되는구나 싶었다. 며칠 뒤 나는 PT를 끊었고, 그 후로 내 엉덩이는 정말로 많은 무게를 버텨내야만 했다.


처음 배워본 헬스는 재밌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쳤던 모든 트레이너들과 마지막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게 됐다. 아마 몇몇 여성분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이나 기분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분 전환과 나 자신을 위해 돈을 들여서 운동을 배우는 건데 이런 식으로 내 기분이 왜 상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결국 앞으로 다시는 헬스를 배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헬스 대신 그동안 정말 해보고 싶었던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몸에 또 다른 신선한 자극을 느끼며 운동에 재미를 느꼈다. 그 후로 발레 필라테스도 6개월 간 배우면서 앞으로도 내 인생에 헬스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필라테스 겸 헬스를 하는 학원에서 다시 헬스를 배우게 됐다.


다 아는 동작이고 수십 번도 해봤던 기구들이지만 헬스를 할 때마다 정말 힘들다.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은 내가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운동을 해도 전혀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정말 엄청난 근육통을 거의 매일 달고 산다.

 

체중을 줄이기에는 헬스가 필라테스보다는 훨씬 효과가 좋다. 평화로운 어느 아침에 몸무게를 쟀을 때 중학교 2학년 때의 몸무게를 잠깐 경험한 후로 나 스스로의 기대치가 확 높아지게 됐다. 50분의 짧은 수업이지만 잠깐 호흡을 고를 시간 이외에는 바로바로 횟수를 채우기 때문에 브런치에 올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여유도 없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팔굽혀펴기 75개를 했는데 아직도 팔뚝이 엄청나게 당긴다. (원래 80개였는데 5개를 도저히 못 채우겠더라) 시간이 없을 땐 복근 운동 대신 플랭크를 2분 35초로 버티는데 2분까지 정자세로 버티는 것도 너무 힘들다. 눈 깜짝하면 지나가는 게 우리네 세월이고 시간인데 헬스를 할 때만큼은 1분 1초가 너무 느리다.


헬스를 하면 회사 업무나 개인사의 우울함이 싹 사라진다.

몸의 고통이 심하니 정신적인 고통이 스며들 겨를이 없나 보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서 씻고 침대에 사바사나 자세로 잠깐 눈을 감고 있다 보면 시간은 새벽 5시 45분으로 벌써 출근할 시간이 되어있다. 그냥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벌써 출근이라니 억울하기도 하지만 숙면을 취한 덕분에 그 날의 컨디션도 좋다.


운동을 할 때마다 이 힘든 것을 왜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돈을 내면서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매번 든다. 과연 운동의 끝이 있긴 한 걸까? 무게를 들어 올리며 운동을 하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쪼아대고 있노라면 몸의 주변 세포가 새롭게 다 깨어나는 기분이다. 마치 처음 기지개를 켜 본 세포들의 근육 마디마디가 갈갈이 찢어진 것 같은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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