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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May 14. 2021

오랜만에 K 씨 에피소드

K씨도 선배가 됐다

화장실 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누군가가 이 날씨에 솜잠바를 입고 복도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머리에 살색이 더 많이 보이는 우리 회사의 유일한 사람, 바로 K 씨가 쓰러져 있었다!


Sorita : 왐마! 괜찮아요?

K : 네... 기관지에 가래가 큰 게 걸려서 갑자기 숨을 못 쉬었어요 (본인의 목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K 씨는 쓸데없이 본인의 상태를 상세히 설명해서 비위가 좋지 않은 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숨을 못 쉰 사람치고는 나보다 말을 더 또박또박 잘했다.


Sorita : 와!!! 근데 감기 단단히 걸렸네요! 코로 숨 못 쉬죠? 병원은 가 봤어요?

K : 아 그게 말입니다. 저 1년에 한 번씩은 꼭 이렇게 감기 심하게 걸려요

Sorita : 병원은 갔어요? 이 시국에 집에 있지 그랬어요 출근하면 안 돼요!

K : 안됩니다. 일이 많아서 못 쉬어요


대낮에는 27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초여름 날씨에 K 씨는 벌벌 떨며 솜옷을 껴 입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아무리 마스크를 착용했어도 더 말을 거는 건 나도 위험해질 것 같았다.


K 씨는 8년 간 고시 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고 나와의 첫 만남에서 본인의 상태를 설명했던 적이 있다. 백세 시대에 지금 나이면 돌도 씹어서 소화시켜야 하는데 그 당시에는 K 씨가 건강에 유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얼굴이 벌개서 건물 복도에 대역 죄인의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몸이 약하구나 싶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세상이 서로에게 아무리 무관심하다 해도 복도를 왔다 갔다 하던 그 어느 한 직원도 K 씨의 상태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K 씨는 어느덧 누군가의 사수가 되어 있었다.

K 씨 부서엔 아직도 뭔가가 많이 부족해서 그의 부사수가 우리 부서에 와서 회사 도장과 몇 가지의 비품을 여전히 빌려가기도 한다. 그 부사수라는 사람도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사람'이라는 이력이 있었다. 몇 년을 공부했는지는 몰라도 K 씨보다 나이가 절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공부한 시간은 왠지 8년 보다는 적을 것 같았다. 행시에 대해 궁금했던 건 이미 전부 K 씨한테 들었기 때문에 부사수랑은 아직까지 말을 섞어 보지는 않았다.


가끔씩 출근 시간에 K 씨를 마주치면 나는 그를 모른 척한다.

하지만 K 씨는 끈기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자리에 앉아있는 바로 앞에 서서 3 정거장 정도 지날 때까지 부담스럽게 서 있다가 내가 여전히 반응이 없으면 다른 자리로 성큼성큼 간다. 하지만 내가 내릴 때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크게 한다. (항상 '안'자에 힘을 주고 리듬감을 타듯이 인사를 한다. 어떻게 흉내 낼 수가 없네)


내가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나오면 K씨도 바로 옆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고 따라오는데 그의 카드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3초의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가 빠져나와서 문이 다리에 걸리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하지만 K 씨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척 밖으로 나온다. 혼잡한 출근 시간마다 개찰구 바로 앞에 서 있는 역무원 아저씨도 K 씨를 매번 힐끗 쳐다볼 정도다.


사회에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K 씨가 본인이 소속된 부서에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회사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지 궁금하지만 물어보지는 않기로 한다. 본인은 일이 많다고 하지만 그 부서는 점심시간을 회사 내 그 어떤 부서보다 일찍 시작해서 가장 늦게까지 즐기는 곳이다.


우리 회사는 몇 년 전에 그 부서에 대단한 투자를 해서 적자로 휘청거린 적이 있다.

기계 설비나 공장 가동으로 하루에 들어가는 비용만 * 백만 원이었는데 가끔 내가 공장에 가서 굴뚝에서 나는 연기를 볼 때마다 그 연기가 전부 돈으로 보였던 기억이 난다. 절대 쉽지 않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그 사업 부서는 다사다난했다. 많은 임원들이 사표를 내거나 이직을 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어떻게든 사업을 성공시키려고 노력을 하는 거 같다.


가끔씩 업계 사람들은 나에게 그 부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묻는다. 사실 나도 K 씨 포함하여 그 부서가 어떻게 될지 몹시 궁금한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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