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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ul 05. 2021

음모론

드라마 괴물 정말 재밌어

21년 동안 상상했죠.

살아있는 우리 유연이랑 지방 어느 곳에서 우연히 맞닥뜨리는 상상을 한참 했고, 그러다가 물가에 떠내려와 퉁퉁 떠내려온 녀석을 확인하는 상상도 해봤다가, 어디 산 깊은 곳에 묻혀서 반쯤 상해있는... 알아보지도 못하고 진짜 내 동생이 맞나? 그런 상상도 했지...

몇 년 전부터는 무연고 납골당에서 요만한 도자기에 든 녀석을 찾는 상상을 했어요.

죽었겠지. 죽었을 거야.

알면서도......
포기가 안 돼......

우리 유연이랑 마주치는데서 다시 시작해요.

뺑뺑......
무한 반복하는 거지......
근데요 아저씨, 이건 내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거야.

찾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야!
<드라마 괴물>


드라마 괴물을 정말 재밌게 보고 있다.

시골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나는 한 사건에는 여러 사람들이 얽혀 있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제대로 된 가정에서 평범하게 성장한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동네 사람들 중에는 경찰도 있고, 정육점 사장도 있고, 의원님도 있고 그리고 사업가도 있다.


한 사건에 있어서 누구 하나 콕 집어서 범인이라고 말을 하기 참 난감한 상황이다. 죄를 지은 사람은 본인이 알고 있는 사건 외에 또 다른 사람이 연루가 되어 있는 것에 놀라고,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는 죽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협박을 당하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아직 드라마를 다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건이 전개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현실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도 이미 카운트다운은 들어갔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우리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나는 운 좋게 공중파 리포터의 눈에 띄어서 인터뷰를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방송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 인터뷰를 10분 정도 하면 방송에 나오는 것은 고작 몇 초나 몇 분이 전부였다. 그 짧은 순간에도 회사 사람들과 지방에 있는 여러 지인들로부터 날 봤다는 연락이 여기저기서 왔다.


아주 만약, 한 사건과 관련하여 내가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면 나는 딱 하나만 묻고 싶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할 것인지 답을 듣고 싶다. 처음엔 흔한(?) 실족사인 줄 알았는데 상황이 희한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국민들이 나선 적이 있었던가? 사건의 주인공이 의대생이라서 우리가 관심을 더 갖는 걸까? 아버지가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내가 보기엔 본인의 블로그에 글을 쓴 것이 전부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버지 블로그 내용을 그냥 옮겨 적어서 기사화한 것이 전부다. 지금 내가 브런치에 적은 이 글을 어느 기자가 그대로 기사화하여 옮겼다면 내가 언론플레이를 한 것일까?


고등학교 때 보던 코난들이 등장해서 수사기관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CCTV를 분석까지 하고 있다. 아무런 법적인 효력도 없는데 쓸데없는 짓이나 한다고 무시나 당하는 그들은 왜 이런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알기로는 그 조직에 아마추어 코난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영상 분석가들이 있고, 흐리고 조잡한 영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최첨단 장치가 이미 있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풍문이 나도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국민적 관심사가 아직까지도 높은데, 그 조직에서는 결론이 바뀌는 것이 없으니 사회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더 이상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강하게 얘기를 했다. 차라리 그들이 주장하는 '허위 사실'이라는 것에 몇 가지라도 정확히 짚고 넘어갔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내가 보기에도 터무니없는 몇 가지의 정보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진실을 찾고자 제대로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까지 전부 거짓 정보라고 일축시켜버리면 우리는 여전히 찜찜한 기분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무슨 심의위원회가 열려서 당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결론만 얘기하지 말고 외부 전문가는 누가 왔는지, 어떤 내용들이 오고 갔고 그래서 이러이러한 결론이 났다는 것쯤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혔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우리의 결론은 이것이다!'라고만 뉴스 하단의 자막으로 흘려버리면 과연 누가 그 조직에 대해 신뢰를 할까?


참여는 민주행정의 시금석이자, 개인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면서 결과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핵심 장치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창룡 경찰청장 취임사 중에서>


이 사건 이후로 한 고등학생의 실종 사건이 일어났고, 두 여성분의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수사 결과에 대해 못 믿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종결이 되지 않은 사건에 이어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에 대해 우리는 미심쩍은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 그 조직은 '우리가 낸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냐'라고 국민에게 반박하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우리가 왜 이렇게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나이 들어 물렁해진 건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요.
당사자니까, 끄트머리에 서 있으니까.
그래도 오만해지지 맙시다.
아무리 젊어도 그다음 세대는 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 없이.
 <피프티 피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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