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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un 25. 2021

언젠가, 반드시

아버지의 끝나지 않은 싸움

할아버지 : 니 하늘에 가 있는 별 딸 수 있나?

Sorita : 못 따죠!

할아버지 : 하늘에 있는 별을 따는 것보다 더 따기 힘든기 중장이야. 그런데 육군 중장 정도 되는 양반도 아들 하나를 군에서 잃었어. 훤칠하니 사내답게 잘생겼었지. 육사 나와가 중위였어. 군에서는 자살이라고 했는데 정황상 자살이 될 수가 없었거든

Sorita : 하늘의 별보다 더 높은 사람이라면서 중장이 본인 아들 일도 해결 못했대요?

할아버지 : 이기 여러 가지 말이 있는데 (... ...)
할아버지 : 그 양반이 그랬어. 내가 육군 중장인데도 내 새끼가 어떻게 죽었는지 진실 하나 못 밝힌다고! 나도 이렇게 묻히는데 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고......  


소사원 1년 차일 때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 회의감을 무지하게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과 MBA를 나온 임원들이 회사 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너무 좋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협심해서 매출을 올리고 쓸데없는 비용을 줄여서 회사를 더 키워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재수가 없었던 건지 어렵게 입사한 이 회사는 '글로벌화'를 주구장창 외치면서도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중간관리자 이상부터는 어느 선을 탈 것인지 일보다는 노선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황금줄인줄 알고 꽉 잡았는데 알고 보니 썩은 동아줄이라서 퇴사를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었던 나는 내가 속한 조직만 이런 줄 알았다.

그런데 업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느 회사나 크게 차이는 없었고, 지금 와서 보니 심지어 우리 회사보다 더한 조직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한민국은 경제나 문화만큼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그런데 한국을 뒷받침해야 할 큰 조직의 관행은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사회 변화의 속도는 빠른데 아직도 시스템이 보수적이고 8~90년대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구성원들에게 돌아온다.


불과 15년 전, 한 조직의 강압적인 폭력은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었으며, 쉽게 한 사건이 정당화되고 그리고 은폐되었다. 그 억울함은 오롯이 희생자와 가족들의 몫이었으며, 여전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진행중인 한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목소리를 내야만 진상 규명을 위한 움직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래야만 결국 진실이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라도 그 조직이 뭐라도 해보겠다며 기존의 관행을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서둘러 바꾸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바꾸려면 제대로 바꿔야지 하는 시늉만 내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반기를 마감하기 전,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니 기본이 안되어 있다는 느낌을 참 많이 받았다. 기본이 흔들리지만 않아도, 첫 단추만 잘 끼워도 이곳은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조직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라고 굳게 믿고 싶다.


Sorita : 이 영상 봤어? 아침 뉴스에 나오더라고! 나는 널 통해서만 네가 속한 조직을 보니까 뉴스를 봐도 좋은 사례에 더 눈이 가는 것 같아

Y :  고마워요!  더 열심히 해야죠 ^^
It is just when a small part of the film sort of reflects the entirety of it. That's when I really focus on the small things <봉준호 감독 기생충 인터뷰 중>


어떤 사람에게는 짧은 50 여 일이 한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제와서 뭐 어쩌라는 거요?'라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수도 있다. 하지만 15년 전 한 아버지였던 육군 중장이 바랐던 점과 지금 한강 소년 아버지의 외로운 싸움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생각한다.

 

용서가 있으려면 정의구현과 참회가 선행되어야 한다
<루이주아네 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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