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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an 08. 2022

작년 이후 지금의 이야기

나랑 일할 사람을 뽑습니다

나를 둘러싼 온 세상이 뒤흔들리고 있었지만 시간은 재깍재깍 흘러갔다.


나는 궁금했다.

과연 나라는 사람이, 지금 이 분야에서 1N 년을 일한 내가 해외 거래처에게 얼마만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나에게 남아 있는 운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내일로 일이 미뤄지면 언제라도 경쟁자가 나타나 덥석 물고 날아가버릴 것 같아서 정말 초조했다. 물론 모든 거래처가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지만 그래도 가장 매출이 큰 업체들 몇 곳을 하루라도 빨리 모셔와서 계약하고 싶었다.


업계는 좁고 남의 불행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소식은 내 귀에 실시간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이번 일로 깨달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적도 없었다. 어차피 나는 성악설을 믿는 사람이고, 내가 형량을 정해서 몇 월 며칠에 감옥으로 보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냥 보란 듯이 열심히 했다. 사업적으로는 훌륭했던 상사에게 1N년간 배워왔던 것들로 지금 이미 어지간한 소기업이 1개월 동안 할까 말까 한 매출을 채웠다.


2022년 1월에 차장으로 승진해서 회장님과 악수를 나누자마자 사무실로 내려와서 손을 씻고 바로 화상회의로 해외 거래처들과 미팅을 해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문구를 고치고, 또 수정하고, 인센티브 조건까지 새로 설정해서 어떻게 하면 올해 물건을 많이 팔 수 있을까 라는 고민만 했다. 변호사 공증이 필요한 계약서는 회사에 속한 법무법인 도움으로 신속하게 해결이 됐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은데 이 모든 일들이 고작 올해의 일주일 사이에 벌어졌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의 나의 타깃은 중남미다.

작년에 한 사건만 마무리되면 끝일 거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인간의 숨이 붙어 있는 이상은 끝이 절대 올 수는 없나 보다. 내가 일을 빨리 진행할수록 나와 같이 일하는 두 명도 바빠졌다. 얼른 사람을 한 명 뽑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년부터 모든 것을 의심하며 살았던 나는 아무나 뽑자니 걱정이 생겼다.


그러다가 작년 내 브런치에도 등장했던 S대리님이 떠올랐다.

지방의 어느 회사에서 구매팀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방의 공장 생산직으로 9:00~ 23:00까지 일을 하는 그에게 내가 연락을 했다.


업무시간 8:30~17:30, 각종 계산서 처리, 수출실적 협회에 신고, 해외 샘플 및 판촉물 발송, 집과 회사가 거리가 있기 때문에 기숙사 제공 or 교통비 100만 원 지급, 갤럭시 북이나 LG GRAM 노트북 제공, 중식제공


나는 감히 그런 생각도 했다.

어쩌면 이번 기회가 이 사람이 좀 더 즐겁고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본사에서 일하고 그는 지방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얼굴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카톡으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내가 아는 S대리는 이런 사람이었다.


어떤 삶을 살고 싶다. 난 이렇게 살고 싶다 라는 어떤 꿈을 그리고 한번 주어진 인생 그걸 이루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사는 사람


함께 일하자는 연락을 S대리에게 카톡으로 남겼을 때가 밤 11시였다.

그는 그 시간에도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 메시지를 보자마자 정말 기뻐하며 꼭 가겠다고 말했다.

기숙사는 6인실이어도 상관없고 (1인 1실이다) 교통비 100만 원도 필요 없으니 (교통비 + @가 지급된다) 1달만 시간을 주면 인수인계를 하고 나와 같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드디어 일을 분담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 안심이 됐다.

그날 밤엔 S대리를 내 부서로 데려오는 구상을 하느라 잠을 조금 설쳤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하는 도중 S대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차장님 안녕하세요,
어제는 진짜 차장님 톡에 너무 기뻐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ㅠㅠ 우선 제가 감히 차장님과 같이 일할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고, 또 평소에 관심 있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뻐서 뒤도 돌아보지 못했어요ㅠㅠ
제가 **공장에서 일하는 게 차장님께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안 계셔서 할아버지 할머니 식사를 챙겨드리고 병원을 모셔다 드리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디를 떠나지 못하는 상황을 너무 기뻐서 뒤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차장님 ㅠㅠ
항상 챙겨주시고 항상 먼저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장님... 또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항상 열심히 차장님 곁에서 보필하겠습니다. 언제든 해외영업부에 들어가도 차장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솔직히 너무 가고 싶은데 저를 키워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눈에 밟혀서 마음이 착잡합니다 차장님 ㅠㅠ


이렇게 나는 또 다른 삶의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당장 사람을 충원하면 S대리에게는 기회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부서의 크기를 더 키워서 추후에 사람을 한 명 더 뽑아야 할 때 S대리를 꼭 스카우트해 오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깜짝 선물을 하나 받았다.


S대리는 농사도 짓고 있다. 작년 그에게 고추가루랑 들기름을 구입했는데 내 주소를 알고 있던 그는 승진선물로 닭갈비를 보내줬다
예상치 않게 닭갈비로 주말 저녁을 든든하게 먹었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그가 좀 더 원하는 일을 하며 같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꼭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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