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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Feb 10. 2022

Y는 나에게 역마살이 있다고 했다

그냥 무탈하게 살게만 해주세요

작년 Y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만났을 때 그는 내 사주를 봐줬다.

내가 굉장히 독특한 사주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던 그는 나에게 유독 역마살이 있다고 했다.


역마살 : 한 곳에 붙박고자 노력해도 자신의 의지로는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사는 곳을 3번 옮겼다.

그리고 학교 진학을 위해 혼자 서울로 왔고, 한 회사에 입사했다. 같은 회사에 입사를 했지만 한 부서에서도 자리 이동이 많았고, 내 부서만 다른 건물로 4번이나 옮겼다. 이게 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엄청난 사건을 겪은 후로 나는 어느 회사와 계약을 해서 보금자리까지 옮겼다.


현 회사는 나의 입사 조건을 여러 가지 제시했다.

그중에 하나가 회사로부터 출퇴근 거리가 10분 이내에 위치한 한 고층 건물의 1*층 원룸에서 지내게 해 주는 조건이었다. 아파트에 살다가 학생 때처럼 원룸으로 들어가라니 처음엔 고민이 많았지만, 실제 가보니 환경은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회사에서 제공해 준 기숙사다. 붙박이로 필요한 건 다 있고 수납장이 많아서 좋다. 나 때문에 이사하고 청소하시느라 부모님께서 엄청 고생하셨다


회사에서 일은 엄청 많지만 그래도 현재 만족해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다.

가끔 뉴스를 보면 고시원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보금자리도 제공을 받으니 복은 타고나지 않았나 싶다. 지난달에 한방에 훅 간 악당들을 눈으로 직접 보니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겸손하게 회사에서 생활해야겠다고 출근하는 10분 동안 매일 다짐하고 있다.


부자들만 백화점 근처에서 생활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나도 걸어서 모 백화점에 갈 수 있다. 마감시간에 맞춰서 그레놀라도 50% 할인해서 잔뜩 사왔다


근무 중에 Y한테 깜짝 전화가 와서 재밌게 통화를 했다.

Y도 2월부터 다른 근무를 하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코시국에 해외출장 갔다가 죽으면 어떡하냐는 나의 불안함에 그는 내가 그곳에 가서도 충분히 잘 해내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나는 내 공간에서 창밖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도로를 지나다니는 무수히 많은 차들을 보며 다들 어디서 뭐하면서 먹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똑같은 시간에 일을 하는데 사람마다 임금 차이가 나는 것도 새삼스럽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각자가 가진 1분이 돈으로 환산했을 때 천차만별인데 내가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글이나 쓰고 있을 때인가?


[Y군] [오후 9:59] 다행히도 내일은 전임자랑 합동 근무한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Sorita] [오후 10:05] 왠지 기존 근무보다 더 잘 어울릴 거 같아
[Y군] [오후 10:34] **직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한데 일단 열심히 해봐야죠 :)
[Sorita] [오후 10:35] 이모티콘
[Y군] [오후 10:39] Sorita님도 올 한 해 같이 파이팅해요!


올해는 Y처럼 '일단 열심히 해보자'는 목표로 새로운 곳에서 생활을 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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