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나후아토에서의 휴일 같지 않은 휴일

과나후아토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방문하면 더 좋아요

by 문간방 박씨

과나후아토에서 Omar와 한 판 했다.

아니다.

Omar가 일방적으로 나에게 쏟아냈으니 내가 당한 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큰소리 내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충고하셨던 말이 유독 생각나던 과나후아토에서의 아침이었다.


나는 멕시코든 한국이든 모두가 기분 좋게 잘 먹고 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기까지 왔고, 이야기를 꺼낸 건데 Omar는 유난히 나에게 날카로웠다. 이렇게까지 날카로우니 이 인간도 뭔가 꿀리는 게 있나 싶은 의심도 들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해봤다.


사실 성질 같아서는 힘들에 영어나 스페인어 필요 없이 "F***"단어 한마디로 그의 말을 킬하고 자리를 빠져나오고 싶었다. 진짜 많이 참았다. 미라 박물관에 다녀온 후로 나는 죽으면 반드시 화장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진짜 화장하면 사리 몇 개 굴러 나왔을 거다.


과나후아토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풍경이고 뭐고 이 상황이 불편하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Omar는 과나후아토에 오기 전 나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역사를 알려주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아침 10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역시나 시간 약속 한번 지킨 적 없는 Omar는 10시가 되어도 나타날 생각도 안 했다. 쌓였던 화가 슬슬 나려던 찰나에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OMAR] [오전 10:04] Good news and bad news

[Sorita] [오전 10:06] Estoy esperandotè (너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 이미 이 메시지를 받자마자 나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OMAR] [오전 10:06] Bad news I’m very very very late

[OMAR] [오전 10:06] Good news , it’s a joke , I am here


이 카톡을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짧지 않은 9년의 세월을 함께 한 친구인데, 이렇게 또 풀리는구나 싶었다. 아니면 내가 호구던가.


과나후아토는 터널이 많다. 원래 이 터널에 강이 흘렀는데 지금은 이 터널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이 성당 밑도 뻥 뚫린 터널이 있다는거다


터널 속을 걸어보면 꽤 낭만적일 것 같지만, 과거 강물이 흘렀던 곳이라 하수구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직도 비가 오면 이곳이 물에 잠기고 터널 내 차가 진입을 못한다. 현재 터널 안에는 버스 정류장도 많이 있다
과거 과나후아토 사람들은 비만 오면 침수되는 조건을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하다가 다리 위에 집을 지어서 살기로 결정했다


Omar의 설명을 들으면서 거리를 다니다 보니 아침에 불쾌했던 감정도 다 잊었다.

과나후아토는 이 정도로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곳이다. 모든 것이 역사적이고, 스페인과 멕시코의 문화가 융합되어 있어서 반드시 과나후아토에 대해 미리 알고 가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저녁은 전통 멕시코식으로 먹었는데 정말 건강한 맛이었다. 옥수수가 풍부하니 거의 모든 식재료에서 옥수수 냄새가 난다
이건 소 혀다! Omar가 이거 한번 먹어보라고 해서 먹어봤는데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뒤늦게 이 음식이 소 혀였다는 것을 알았네
선인장과 옥수수가 풍부한 곳이라 디저트도 선인장이고 옥수수 잎에 초콜릿무스케익을 싸서 주더라. 음식으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밥을 2시간 넘게 천천히 먹고 우리는 과나후아토에서의 마지막 야경을 보러 전망대로 향했다.


점점 빛이 사라지고 어둑어둑해지는 과나후아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한 번 위로를 받았다.


호텔로 돌아가면 한국은 이제 막 근무를 시작하는 시간이라 나는 또 새벽 1시까지 잠을 못 자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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