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나후아토에서 성질 급한 사람은 바로 나

잊지 못할 기억을 많이 만들었어요

by 문간방 박씨

올해 회사에서 8평짜리 작은 방을 제공해 주다 보니 출퇴근 왕복 거리가 10분이다.

1*년 간 퇴근길을 지하철 속에서 보내던 내가 노을을 보며 저녁을 챙겨 먹게 되었다. 노을이라는 것은 외국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과나후아토에서의 노을은 조금 더 특별했다.

한국에서 보는 노을은 길어야 20분이었는데, 멕시코에서의 노을은 30분 이상 아주 여유롭게 온갖 하늘을 밝히며 존재감을 뽐냈다.


과나후아토에서의 1일이 지나고 있다. 저 멀리 노을이 보인다. 한국에서는 다들 일하고 있을텐데 나는 그들보다 하루 전 저녁을 살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같다. 이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들은 아주 보잘것없고 순간적인 것만 같았다. 저녁 풍경으로 위로를 받게 될 줄 몰랐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왔다.

8시부터 시작이니 7시 55분까지 일하다가 내려왔는데 손님은 나랑 Omar 뿐이었다. 약속에 항상 늦는 Omar를 기다리지 않고 나는 먼저 식사를 시켰다.


그런데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켰는데 10분이 지나도 커피가 나오지 않았다.

DOl체구스토 캡슐머신으로 내리면 되는 간단한 건데 이 동작 하나가 너무 느렸다. 겨우 캡슐을 넣어서 커피를 내리나 싶었는데 이제는 직원이 어딜 갔는지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냥 내가 가서 가져오려고 인내심을 시험하던 중 직원이 커피를 15분 만에 가져다줬다.


다음으로 과일이 나올 차례인데 이제는 과일을 따러 과수원에 갔는지 또다시 15분이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도 않는다. 방에 있던 노트북을 들고 와서 식당에서 마저 일을 할까 하다가 나는 과나후아토에서의 아침 풍경을 보러 식당 뒷문을 나섰다.


과거 스페인 관리의 집 뒤뜰에는 이렇게 선인장이 많다. 한국은 선인장도 정말 비싼데 여긴 지천에 널렸다


과거 스페인 관리도 아침 식사 하기 전에 이 오솔길을 산책 했을까 상상을 해봤다. Omar가 각각의 선인장 이름을 전부 알려줬는데 다 까먹었다


과거에 사용하던 손수레인지 아직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진작 고물상에 넘어갔을텐데 말이다. 호텔 벽면에는 스페인 타일이 부착되어 있었다


20분 정도 돌아보고 식당에 오니 아직도 식사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Omar가 내려와서 식사를 주문하니 내 밥은 더 늦어지고 있었다.


고작 이거 먹는데 준비 시간이 1시간 10분 걸렸다. 내가 이 호텔 사장이었으면 나 혼자 일하고 직원들 다 잘랐을 것 같다


스페인 여행 갔을 때 과거 스페인 사람들의 집을 박물관처럼 구경한 적은 있어도 실제 그들의 집에 들어가서 2박을 해 본 것은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비록 아침 식사가 속 터지게 늦게 나왔어도 덕분에 호텔 주변을 돌아보며 스페인 관리의 기분도 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멕시코 아보카도는 정말 싸고 굉장히 맛있다.

내가 지금까지 사 먹었던 경동시장 아보카도는 뭐였나 싶을 정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