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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도 두 번 다시 못 올 줄 알았는데

보고타에 잘 도착했어요!

by 문간방 박씨

멕시코 시티 제2 터미널에 있는 호텔에서 2박을 한 후 나는 아침 9시 비행기로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콜롬비아에 가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1. 영문 백신증명서
2. 콜롬비아 이민국에 비행기 탑승 48시간 전 개인 정보 등록


멕시코나 콜롬비아는 PCR 음성 확인서는 필요하지 않다.


내가 4년 전 모든 일에 염증을 느끼고 도망치듯 휴가를 떠났던 곳이 바로 콜롬비아였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이민국에 정보를 등록하는 절차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필수 사항이니 반드시 미리 등록해서 비행기 탑승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공항 내 호텔이라 1시간 30분 전에만 나와도 충분하겠거니 싶었다. (숙소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출국장이다)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멕시코이니 2시간도 더 전에 준비를 마치고 출국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시나 아에로멕시코 체크인 줄은 어마어마했다.


참고로 내가 지금까지 방문한 중남미 공항의 경험상 반드시 스페인어 초급 과정은 마치고 올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공항에서도 영어는 잘 통하지 않는다. 스페인어를 못하는 당사자가 답답해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니 서울 종각의 한 스페인어 학원에서 초-중-고급 과정 6개월 코스를 마치고 중남미에 오면 6개월치 과정을 훌륭하게 실전 복습하고 스피킹도 연습할 수 있다.


보고타행 체크인 수속을 밟는데 40분을 줄 서서 기다렸다.

좌석 지정만 내가 할 수 있었으면 온라인 체크인이나 셀프 수속으로 10분 만에 끝냈을 텐데 컴퓨터 타자도 느리고, 일도 서투른 분들의 박자에 맞추려니 아침 9시 비행기를 제대로 탈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걱정하는 만큼 모든 게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려한 일이 비켜가지는 않는다.

체크인을 할 때 직원이 나의 백신 접종증명서와 콜롬비아 이민청에 등록을 했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뭘 하나 할 때마다 옆자리 직원한테 물어가면서 일처리를 하는 게 영 찝찝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일하는 '꼬라지'만 봐도 대강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Korean항공 마일리지 적립도 잊지 말고 해달라고 했는데 정작 인쇄된 내 비행기 표에는 마일리지 번호가 없었다.


Sorita : 마일리지 번호가 비행기 표에 적혀있어야 하는데?

멕시코 직원 : 마일리지 번호가 표에 적혀 있지 않아도 내가 입력을 잘했으니까 적립은 됐어. 걱정하지 마


이 따위 변명은 지금까지 비행기를 타면서 처음 들어봤다.

나는 비행기 표를 잘 간수해서 한국에 돌아와서 마일리지 적립을 추후에 하기로 했다.


힘들게 체크인을 마치고, 캐리어 2개도 부친 다음에 짐과 몸을 검사하고 입국장에 들어섰다.

이제 좀 마음이 놓이니 화장실도 갔다가 면세점도 구경할까 싶은 찰나에!!!!


처음으로 SORITA라는 내 이름이 멕시코 시티 공항 제2 터미널에 큰소리로 퍼졌다.


참고로 멕시코 공항은 영어로 방송하지 않는다.

스페인어로 딱 한번 방송하고 끝이니 남의 나라 공항에서는 절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Sorita 고객은 비행기 탑승 카운터에 와서 뭘 확인하라는 거 같은데 나의 짧은 스페인어 실력에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당장 바로 앞에 있는 information센터에 가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무슨 일로 방송을 한 건지 물어봤지만 information 센터는 내가 원하는 information을 전혀 전달해 주지 못했다.


콜롬비아 보고타행 비행기 탑승구 쪽으로 가서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직원이 저 쪽 카운터로 가 보라고 해서 나는 또 똑같은 말을 세 번 반복하며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 했다.


알고 봤더니 그 띨띨한 아에로멕시코 직원이 나의 백신증명서와 콜롬비아 이민국 등록된 자료를 체크하지 않아서 비행기 탑승 전에 직원에게 가서 등록하라는 거였다. 다시 가방 속에서 백신증명서랑 이민국에 등록한 자료 (반드시 핸드폰에 스크린샷 해두기)를 직원에게 확인 후 나는 무사히 보고타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멕시코 시티에서 보고타로 가는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중미에서 남미로 향하는 중!
리마랑 브라질도 다시 가보고 싶다.
한국에서는 잘 시간이라 비행기 안에서 나도 푹 잤다. 비행기에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물 마실 때마다 숨 참고 마셨다


드디어 보고타에 도착했다.

보고타는 멕시코보다 더 일처리가 늦는지 대기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입국수속하는데 1시간 50분 기다렸다. 노트북 가방안에 그레놀라를 잔뜩 넣어놔서 (멕시코는 그레놀라가 정말 싸다)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


정말 이렇게 줄 서서 기다릴 거면 이민청에 등록은 왜 하라고 한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보고타에서는 항상 검증된 택시만 타야한다. 택시 기사분이 다행히 점잖으신 분이라 안심이었다. 비가 많이 왔는데 도로가 물에 잠겼다. 여긴 여전하구나......


4년 전에 조수미 씨가 보고타에 공연을 온 적이 있었다.

그때가 10월 중순인가 그랬는데 내가 출국하는 날 바로 다음 날이 공연이라 그분의 공연을 놓친 게 너무 아쉬웠다. 조수미 씨가 묵었던 호텔을 보며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이런 곳에서 1박이라도 해야지 했는데, 이번 출장을 이 호텔로 잡게 됐다.


정말 빈티지스러운 호텔이다. 욕조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반신욕을 하면서 피로를 다 풀었다
창문과 방 사이에 중문이 있다. 정말 여긴 4년 전이나 똑같구나. 그때 만났던 사람들 다들 코로나 안 걸리고 잘 있는지 모르겠다
내 방은 209호. 호텔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러 나오니 호텔 내부도 정말 멋있었다. 내 방에 있던 장롱도 정말 탐났다


솔직히 보고타보다는 멕시코가 훨씬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서 보고타에 다시는 안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로 오게 될 줄 몰랐다


12,000원짜리 닭고기다. 닭도 부드럽고, 감자도 정말 맛있고, 샐러드도 한국보다 훨씬 맛있었다. 한국은 식비가 왜이렇게 비싼걸까? 창밖을 보며 천천히 식사를 했다


내일 오전 10시에 미팅이라 얼른 브런치 글 마무리하고, 회사 일도 끝낸 다음에 자야 한다.


아침은 뭐가 나올까?

든든하게 맛있게 잘 먹고 낼 미팅 초고속으로 마친 다음에 보고타 시내 둘러봐야겠다.


참고로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주변 (구시가지)는 밤에 정말 위험하니 나가면 안 된다.

낮에도 정신이상자(?) 같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내 호텔 창문 밖으로 달동네가 보인다.

오늘 저녁을 먹으며 달동네 집을 하나씩 세어보다가 궁금해졌다.


왜 누구는 달동네에 태어나서 평생을 힘들게 살고, 누구는 부자로 태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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