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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May 29. 2022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북촌이 활기가 넘쳐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였던 청와대와 북악산은 베일에 쌓여 있는 곳이자 나 같은 사람은 절대 들어가 볼 수 없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절대'라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청와대 앞 도로에 촘촘하게 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들이 전부 사라졌고, 북악산은 시민들에게 더 많은 코스가 개방이 됐다. 올해 초에 친구랑 북악산에 가면서 청와대 담 너머로 살짝 보이던 기와를 보고, 저 건물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꼭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5개월 뒤 나는 그 기와가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들의 위패를 모신 칠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드디어 오늘 직접 방문하게 되었다.


청와대 사랑채 길 건너편에 칠궁이 있다.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와 영친왕의 어머니 귀비 엄씨 등 일곱분의 사당이다


오늘은 관상쟁이 친구랑 모처럼 토요일에 놀러 나왔다.

이번 주에 굉장히 재밌는 사건이 있었다. 퇴근 후 나는 이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평소 거의 전화를 하지 않는 나의 연락을 받은 그 친구는 깜짝 놀라며 내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Sorita] S가 그만둘 것 같대

[관상쟁이 친구] 첩자 노릇한 거 때문에?

[Sorita] 모르겠어. 나도 어제 들었어

[관상쟁이 친구] 다른 놈들도 그만둘 놈들 많을 텐데

[Sorita] 이 참에 구조 조정해야지. 회사 그만둬도 지금까지 벌어둔 거 정말 많지 않을까?

[관상쟁이 친구] 그래 봐야 시다바리들은 뻔 해! 깃털들은 깃털에 불과하거든. 몸통들이 많이 처먹지

[Sorita] 어, 내 생각도 피해보고 많이 다치는 것은 시다바리들뿐일거 같아. 그래도 시다바리든 몸통이든 전부 봐줄 생각 없어

[관상쟁이 친구] 그건 그래야 해. 안타깝네. 쪼다 짓들 하며 결국은 패가로 망신살로 뻗치는 거지


영빈문 게이트로 입장하면 청와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선시대 유적들이 나온다.


도둑이 담 못 뛰어넘게 하려고 이런 펜스를 설치한 걸까? 나무를 베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칠궁 바로 옆에 청와대가 있다. 곳곳에는 과거 감시가 심했다는 것을 대 놓고 보여주고 있다


태극문양과 오색 무늬가 정말 예쁘다. 정권이 바뀌니 이곳을 입장하는 날도 오는구나! 앞으로 거래처 방문하면 이곳은 필수 코스로 해야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잘 보존되어 있던 점이 좋았다. 우물 안이 얼마나 깊은지 궁금한데 입구를 막아놨네


서울에 이런 곳이 숨겨져 있었다는 게 놀랍다. 이곳은 경종의 어머니이자 숙종의 후궁인 장희빈의 사당이다. 그녀의 사당은 가장 좋은 위치에 모셔져 있었다


지금까지 북악산 가면서 이 담 너머로 있는 우리 문화 유적들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오늘로서 다 풀렸다


북악산 갈 때마다 만나던 경찰들도 전부 사라졌다. 있다가 없으니 허전하기도 했다. 나름 이곳이 가장 안전한 동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용산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개방된 북악산 코스는 전부 가봤기 때문에 오늘은 청와대 ~ 북악산 신규 개방구간만 들르기로 했다


이곳도 군사지역이었는데 이렇게 등산길로 변했다. 걷다 보니 1971년 11월 19일에 만들었다고 써 둔 글도 보이네.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식수도 보였다


날이 조금만 선선했다면 좋았을 텐데 오늘은 정말 더운 여름 날씨였다. 다들 등산복 차림인데 나만 치마 입고 꿋꿋하게 등산했다


이번에 개방한 등산로에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식수도 있었다. 1시간 정도의 등산코스를 마치고 춘추문으로 돌아왔다


여기가 뉴스에서만 보던 그곳인가? 이렇게 보니까 너무 신기했다


청와대에 가면 꼭 천장도 봐야 한다. 각각의 등을 달아둔 센스도 장난 아니다. 곳곳에 문화유적도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면 재밌다


101단은 인물 보고 뽑나? 키 크고 슬림한 모습이 내 주변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비주얼이다. 줄만 없었으면 옆에 가서 사진 찍었을 것 같다


만약 나라면 이 공간을 떠나기 참 아쉬웠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찬장과 침실 내부도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잘 안 보인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궁전이 생각날 정도로 화려했다
거실이라는데 얼마나 자주 밖에 나왔을까 싶다. 내부에 훨씬 좋은 의자가 있는데 말이다


탈의실 그리고 고추장과 된장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장독들 그리고 연회장이다. 이렇게 화려한 공간인데 내 친구는 분위기가 별로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념식수다. 내가 사진 찍으니까 주변의 사람들이 전부 몰려와서 사진 찍었다
오운정은 경복궁 후원에 휴식을 위해 지은 정자로 자연의 풍광이 신선 세계와 같다고 하여 오색구름을 뜻하는 오운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으로 부처님 이마에 아직도 구슬이 박혀 있다. 이대로 보존을 잘해서 구슬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몇 달 전까지 보초를 섰던 거 같은데 이 노트는 놓고 간 걸까 아니면 아직도 이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걸까?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을 위한 공간인 청와대 본관 입장은 못했다. 줄이 너무 길어서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다음번에 꼭 들어가 봐야지


영빈관은 줄이 짧았다.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빈 방문 시 공연과 만찬 등의 공식 행사나 100명 이상의 회의를 하던 곳이다


영빈관 안의 그릇이나 의자가 정말 고급스럽고 예쁘다. 


영빈관 밖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머릿돌이 있다. 청와대 바로 앞의 길 역시 시민들이 걸을 수 있는 곳이 됐다. 처음으로 이 자리에 서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로 외국인들의 방문이 줄어들면서 침체됐던 북촌의 상권이 눈에 띄게 살아났다.

청와대 근처의 거주민들은 소음으로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관광객의 소음보다는 종교 음악을 틀어대면서 신을 믿으라고 주입시키는 사람들부터 단속이 시급해 보였다.


나는 궁금하다.

왜 우리나라는 종교단체와 관련하여 세무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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