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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May 24. 2022

펜팔 주고받기

어른이 되어 주고받는 펜팔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펜팔을 보낸 적이 있다.

영어 공부를 하려고 미국에 있는 누군가에게 알고 있는 영어 단어와 숙어를 총동원해서 편지를 정성스럽게 써서 보냈고, 나는 몇 개월 동안 한 미국인의 답장을 기다렸다.


몇 달을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학교 우체통을 뒤졌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중학교 때의 Sorita가 성인이 되어 하루에도 수십 통의 이메일을 해외 거래처와 주고받을 줄 알았다면 그때 좀 덜 마음 아파했을 텐데......  중딩의 Sorita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해외랑 끊임없이 교신하면서 밥벌이를 하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조바심 덜 낼걸 그랬다.


나는 오랜만에 펜팔을 주고받고 있다.

성인이 되어 펜팔을 우체국 등기 우편으로 주고받게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상대방이 뭐라 답이 올지 두근두근거리고 기다려진다. 성인이 되어 주고받는 펜팔에는 의도가 명확하다. 이번에는 특정한 한 사람에게 나를 대리한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내용을 써서 등기 우편으로 상대방에게 발송했다.


며칠 뒤 상대방에게 답장이 왔고, 나를 대리한 그 사람들은 또다시 그에게 회신을 했다.


4........................................................
.............................................................
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5.  본 법무법인은 ***와 귀사 사이의 거래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 법무법인은 ***가 000의 피해를 즉시 회복시킬 것을 독촉하는 바이며, ***가 빠른 시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나는 진작 이런 펜팔을 주고받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렇게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중간에 너무도 많은 밀정이 있었고, 그가 망하거나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는 혹시라도 이렇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애초에 그의 자금은 따로 챙겨두고 짠챙이들의 돈만 거둬서 돌리고 있었다. 짠챙이 중 누구 하나가 돈 만원을 빼고 싶어도, 이미 그 만원조차 어딘가에서 뱅뱅 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돈을 내어주기 쉽지 않은 구조다. 짠챙이들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나는 그를 둘러싼 짠챙이들에게도 조금의 인정 없이 절차대로 진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힘든 점이 있었는지 듣는 것도 일체 거절한다. 범죄자 따위가 과거 얼마나 궁핍하게 살았고, 힘들었는지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지상파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나쁜 사람들에 대한 이력을 시민들이 굳이 알 필요도 없다. 과거 러브하우스에 출연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던 범죄자의 어린 모습을 뉴스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켜보는 것조차도 전파와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한 때 이상적인 모습으로 바라봤던 그들은 내가 꿈꿔왔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고, 그들의 들키지 않을 거라는 거만함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고름을 피었다. 나는 사회의 정의만을 위해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주위만큼은 찜찜한 구석이 없어야 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까지 싸움을 키우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내 주위의 동서남북으로 쉴 새 없이 미사일을 쏘아댔고 나를 자극했다. 이제는 나 대신 5명의 전문가들이 사리분별 판단 못하고 날뛰는 그들을 상대할 것이다.


Sorita : 그 사람은 내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을까?

관상쟁이 친구 : 그럼! 그 사람은 네가 본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도 5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한테는 되게 잘해줬을걸?

Sorita : 내가 본인 조직 속에서 새끼 고양이인 것도 알았겠지?

관상쟁이 친구 : 아니, 그 사람은 네가 호랑이인 줄 알았어. 근데 새끼 호랑이일 거라고 착각한 거지


사람들은 법무법인 이름 하나만 가지고도 승패를 이미 가른다.

정의는 승리해야 하고, 무엇이든 올바른 길로 가야 아름다운 세상이고 살 맛 나는 사회이겠지만, 내용도 듣지 않고 법무법인 이름 하나로 이미 게임 오버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따지면 교대역에 있는 수많은 법무법인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법무법인을 만나는지에 따라 정의도 뒤집힐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사회는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함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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