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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un 18. 2022

이상한 우정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가끔 나는 또라이같다.

끝이 궁금해서 지뢰밭인 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가보는 성향이 있다.

지뢰를 밟을까 봐 조심하면서 걷다가 중간쯤 와서는 내가 어디까지 왔나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여기까지 와보니 처음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고민들이 별 볼일 없이 보이기도 한다. 이제 얼마나 더 가야 끝이 보일까 싶어서 한걸음 떼려는 찰나에 밟지도 않은 지뢰가 사방에서 터진다. 정신 차리고 보면 그래도 죽지는 않았구나 싶다. 


그 상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죽지 않은 게 운일까?', '신이 있다면 이유가 있으니까 나를 살려둔 게 아닐까?', '정말 저 끝엔 뭐가 있을까?', '끝은 행복할까?'


지금까지 이유 없이 움직인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내가 참고는 할 수 있었지만 모든 판단은 나 스스로가 내리고 실행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언정 후회는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6시에 퇴근하려면 5시 30분까지 모든 일을 끝마치는 걸로 데드라인을 잡는다.

친구와 9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면 8시 45분까지 도착하는 걸로 알람을 맞춘다.

이렇게 해도 마감 시간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짧고 명확하게 데드라인 하나를 정했다.


전쟁터에서 조무래기 100명의 목을 친들 무슨 소용일까. 장수의 목을 쳐야지.
<왜 오수재인가>


요즘은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생각을 많이 한다.

왜 하필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나의 삶이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었기에 이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오늘은 특히 마음이 아픈 날이었다.

우정이라 생각했던 오랜 친구와의 관계를 참는데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나는 그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 역시도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친구에 대한 합리화를 나 스스로가 끊임없이 하면서 어떻게든 함께 손을 잡고 갈 궁리만 했었다. 하지만, 그놈이 문제다. 


'돈돈돈'


나의 관상쟁이 친구는 내 친구를 보며 언젠가 크게 망할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할 거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우정이 아니었나 보다.

중남미의 싸구려 마피아스러운 FRIENDSHIP을 내세우며, 나쁜 사람도 친구라며 손을 잡는 것도 나의 입장에서는 공범이다.


이제는 Hasta luego라는 말을 못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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