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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ul 12. 2022

ANNA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한 사람을 지켜보며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벌은 그 사람이 진실을 말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것이다
<탈무드>


그와 얼마 만에 만나는 것일까?

올해 1월에 그의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으니, 정확히 6개월 후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6개월의 숫자는 나와 그에게 정말 의미가 있는 숫자다.


그는 6개월 동안 묵비권으로 버티기로 했고, 나는 그에게서 소속된 전 거래처들을 나의 사업부로 이전시키겠다는 서로 다른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시선으로 나를 지켜본 그에게 나는 너에게 세상의 쓴 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각자 6개월의 시간을 다르게 보냈다.


매달 차곡차곡 *억의 돈이 쌓이던 그의 통장에 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자 그는 6개월이 되기도 전에 조급해졌다. 그가 진행하던 사업도 코로나의 여파로 수십 개의 지점이 문을 닫았다. 직원들에게 50%의 임금을 1년 동안 줄 테니 ku팡 배달이라도 알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루에 4시간 일하면서 백만 원도 넘는 월급을 받아왔던 그의 직원들 모두 힘든 일자리는 사양했다. 같은 종교인으로서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던 그들은 돈이 떨어지자 마음이 조급해졌고, 서로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근무 시간에 골프를 치러 다니고, 골프장에서 회사 돈을 L상품권으로 바꿔서 나눠가지며 한마음으로 뭉쳤던 그들은 이제 서로를 믿지 못한다. 평소 성악설을 믿었던 나에게 이번 일은 인간의 악함과 타락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시 성악설이 진리임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도 억울한 것이 많은 그는 J, S, W, R이 구속될 수 있게 증인이 되어 줄 테니 본인만 먹고살게 해달라고 빌러 이 자리에 왔다. 크고 둥그런 원목 테이블에는 몇 달 전 그의 돈을 먹은 S상무도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이렇게 그는 아직도 본인의 사람을 심어 두려고 이곳저곳에 돈을 뿌려대고 있다. 그의 인생 자체가 거짓말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거짓말을 하며 사기를 치고 다닐 것이다. 내가 아는 그도 처음부터 이 정도 사이즈의 대도가 아니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의 행동을 묵인하며 검은돈을 나눠먹은 전 경영진들의 행태에 그의 범행은 점점 대범해졌던 것이다.


이러니하게도 그는 누구보다 종교적인 사람이다.

오늘 나를 만나기 전에도 그는 분명히 새벽 5시에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왔을 것이다. 그의 기도를 듣는 신은 내가 아는 하나님과 다른 분일까? 그가 벌어들인 검은돈으로 헌금받은 하나님은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왜 신은 잘못을 저지른 자를 빨리 벌하지 않는 것일까? 


죽어야만 천국과 지옥에 가는 것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은 이미 그에게 그가 가장 원하는 돈줄이 끊긴 이 상황 자체를 벌로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무릎 꿇고 사죄를 했다가 회장과 나에게 말이 안 먹히자 화를 버럭 내며 소리를 지르던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 인간이 미쳐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봤다.


장수의 목을 치기 위해서 칼은 이미 다 갈아두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조급해하지 않으며 조금 더 준비를 철저히 할 뿐이다. 다만, 내가 하는 일이 그가 믿는 신이 보시기에 내가 더 옳다면, 나를 조금 더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짜 삶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친밀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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