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Mar 06. 2020

코로나로 바뀐 일상

코로나에 적응 중입니다

우리 집은 동대문구와 성북구에 걸쳐져 있다.

내 방 침대에 누우면 내 위치는 동대문구로 잡힌다.

텔레비전을 보려고 거실에 가면 이제 내 위치는 성북구로 잡힌다.

위치가 갈리는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성북구 주민이다.

그런데 안전 안내 문자를 동대문구와 성북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받고 있다. 처음엔 문자 하나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같았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무기력하게 되더라. 무섭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역병도 아니고,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알아서 청결관리와 마스크 착용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집이나 회사 엘리베이터 그리고 버스 안에는 손 소독제가 매달려 있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 소독제를 바르고 현관문 지문 인식을 하면 인식이 번번이 오류가 뜬다. 그래도 손 소독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8층까지 올라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소독제를 손에 빨리 흡수시키고 집에 들어간다. 처음으로 알코올 솜을 선물로 받게 되면서 퇴근 후 핸드폰도 알코올 솜으로 열심히 닦고 있다. 회사 내 현관 시스템도 지문인식에서 얼굴인식으로 바뀌면서 다른 사람의 손을 타야 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외부인은 문 앞에서 대기를 하게 됐고 사무실에는 직원들만 들어오게 되었다.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청결한 생활 덕분에 매년 이맘때쯤 걸리던 감기도 안 걸리고 있다.


나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꼭 여행을 갔다. 여행을 잡고 이 일정만 보며 생활을 버틴 적도 많았다. 원래는 4월 말에 여행을 가야 하는데 올해는 여행 가는 일정을 잡지를 못해서 그런가 좀 더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다. 9월 말에 잡아둔 영국은 너무 까마득하다. 서민경제는 파탄이고, 내가 소속된 곳도 4월이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 바이다. 뉴스를 틀면 훈훈한 기부 소식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마스크 사기단 얘기에 마음도 씁쓸해진다.


뭔가 재미난 일이 없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달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