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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ug 06. 2022

이직 제의

다들 어디로 여름휴가를 가는 걸까

시간이 정말 빠르다.

벌써 여름휴가철이다.

출근길에 단골로 들르는 카페도 1주일 동안 휴가를 간다고 문을 닫았다.


다들 어디로 떠나는 걸까?


오빠네 가족은 사이판으로 떠났다.

사이판에서 돌아오면 30일 간 제주도에서 지낸다고 한다. 이렇게 애를 낳아야 돈도 받으면서 육아휴직도 가는데, 나는 에어컨 펑펑 나오는 사무실에서 떠날 수가 없다.


7월에는 회사 전 부서 통틀어서 최고 이익을 남겼다.

그러다 보니 상무와 전무 삼촌들이 자꾸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회사 밖에서야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는 사회 선배님들이지만, 그들의 일하는 성향이나 실적을 보면 절대 나와 함께 갈 수가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회사에서 이직 제의가 왔다.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데, 국가번호가 찍힌 수상한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혹시 내 거래처인가 싶어서 확인을 해 봤는데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부재중 전화가 6번째 찍혔을 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 전화로 연락을 했다. 그곳은 해외 취업을 알선해 주는 곳이었고, 내가 과거에 이직을 위해 회사를 알아볼 때 한번 연락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Sorita :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어서 전화했어. 나 Sorita야

Patrick : 오!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 너한테 소개해 주고 싶은 회사가 있는데 꼭 면접을 봤으면 좋겠네. 너랑 직무가 딱 맞아. 아직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거 맞지?

Sorita : 아 그래? 뭐하는 회사인데?

Patrick : 너도 잘 알고 있는 회사야. ***기업

 

세계적인 회사이고 한국에서도 잘 나가는 곳이라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직할 수가 없다. 이곳으로 온 지 9개월이 되었고, 내 전 거래처에 스스로 약속한 것도 있다. 또한, 아주 중요한 건이 걸려 있고, 그 끝을 다른 사람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기 때문에 그것이 끝나지 않는 이상 절대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다.


Patrick : 꼭 면접을 봤으면 좋겠어. 언제 시간 되니?

Sorita : 글쎄, 연봉은 얼만데?

Patrick : 넌 현재 연봉 얼마 받고 있는데?

Sorita : 지금 여기서 이야기 못해. 주변에 내 동료들 다 있는데 여기서 오픈하라고?


전화 상태도 별로 좋지 않은 데다가 뭔가 한 건 해보려고 아마추어처럼 밀어붙이는 Patrick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무 중에 전화받기 어려우니 메일로 직무에 대해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한 후 끊었다.


몇 시간 뒤 메신저로 또 연락이 왔다.


Patrick : 메일 확인했어?

Sorita : 메일 안 왔어. 정크 메일까지 확인했는데 들어온 거 없네


Patrick은 안경을 쓴 흑인 남성이었는데 유명 해외 취업 회사에 일하고 있는 것 치고는 일처리가 영 별로였다. 직무에 대해 대강 읽어보니 지금 업무와 비교했을 때 큰 장점이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연봉도 적혀 있지 않았다. Patrick은 메일에 적어 놨다고 했지만 연봉에 대해서는 아무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Patrick : 연봉도 내가 명시해 놨을 텐데?

Sorita : 제대로 확인하고 보내랬지? 나 지금 바쁘고 다음 달 해외 출장 준비해야 해서 그 회사 면접 못 봐


일처리야 한국 사람이 최고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고, 외국 사람에 대한 내 인내심은 나의 소중한 거래처들에만 한정이 되어 있다. Patrick이 일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 사람을 통해서 나오는 정보는 못 믿겠다 싶었다.


Patrick : 8월 4일이나 9일에 직접 통화라도 해 보는 것은 어때? 그러면 결정하기 쉬워질 거야. 연봉은 알아봤는데 1*까지 맞춰줄 수 있대

Sorita : 정말 좋은 기회 줘서 고마운데 나 당장 이직 못해


본의 아니게 Patrick과 밀당을 계속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거절을 하면 할수록 연봉은 계속 올라갔다. 급기야 나는 고작 차장인데도 엄청나게 큰 연봉 액수를 듣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이 급하고, 이직이 절실할 때는 이런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현재 나는 회사 전체 가장 큰 이익을 내면서 작년에 비해 굉장히 안정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생각지도 않은 제안들이 가끔씩 들어온다. 물론 지금 상황이 절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현재 만족하면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매달 매출액을 달성하고, 그 전 달의 매출을 갱신하는 매일매일이 마치 어렸을 때 엄마한테 딱 10분 허락받고 하던 시물레이션 게임 같기도 하다.


지금도 겨우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그런데 그 일들도 천천히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풀어나가고 있다. 끝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상황 속에서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도 못 가고 있지만 현재 나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스스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내 업무를 보조해 주는 직원도 이제 3개월이 지나서 예전보다는 나한테 덜 혼나고 있다. 나는 지금 그의 성장도 함께 이끌어줘야 남은 올해의 목표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다. 가끔은 힘들기도 하지만 작년 12월과 올해 1월의 일들을 겪고 나니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 지나 놓고 보니 힘든 날 만큼 좋은 날도 많았으니까.


그나저나 올해 여름휴가는 부모님 모시고 어디라도 가고 싶은데 날씨가 덥다 보니 딱히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우리 셋 다 없다. 고민 끝에 2022년 여름휴가는 집 근처 고깃집에서 숯불 앞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보신하는 걸로 끝내기로 했다.


메뉴판을 보면 한우등심 2인분을 시켜도 1인분에 비해 전혀 가격적인 장점이 없다. 왜 이렇게 표기를 해 놨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등심 3인분을 시키니 버섯도 정확히 3개 주더라


소고기의 느끼한 맛을 무채가 잡아준다. 먹다가 중간에 무채 리필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양을 많이 주셔서 좋았다


난 누가 구워주는 소고기를 좋아하는데 여기서는 직접 구워먹어야 한다. 고기 3인분이 의외로 양이 많아서 별미국수는 하나 시켜서 부모님과 나눠먹었다


토요일에는 벼락치기 운동한다고 바쁘고, 일요일에는 다음 날 출근 준비하다 보니 동네 둘러볼 시간도 없었다. 정말 더운 날씨였지만 엄마 손 잡고 동네 한 바퀴 둘러본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동네 둘러보니 낙서마저 친근하더라. 제발 담배 피웠으면 뒤처리 잘하고 침 좀 안 뱉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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