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에 대해 얼마만큼 아시나요?
꿈에서도 꿈인걸 알면서도 I still love you
이대로 Don't wake me up 달콤하게 날 속여줘
<레드벨벳, In My Dreams>
공연다운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일까?
3년 전 출장으로 방문했던 세부의 한 라이브 카페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8월 13일과 14일 단 이틀에 걸쳐서 앙리 루소를 주제로 뮤직 콘서트를 공연했다. 앙리 루소 정도야 파리와 러시아 그리고 멕시코에 갔을 때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센 강 하역 물품의 세금을 거두는 파리 '세관원'이었던 것 정도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의 그림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해석해낼지 몹시 기대가 되었고 어떤 노래가 나올지도 궁금했다.
세종문화회관도 오래된 곳이라 화장실 가기가 참 찝찝한 곳이다. 불행하게도 변기 하나가 물이 넘쳐서 바닥이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홍수는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화장실 변기 물이 역류라니...... 공연 시작 전부터 아찔했다. 개인적으로 어딜 가나 화장실의 상태를 가장 먼저 보는 편인데 변기의 넘친 물을 피해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니 평소보다 손을 두 배는 더 씻어도 찝찝했다. 공연 규모에 비해 여자 화장실 변기가 고작 6개 (그중에 1개는 물이 넘침)인 것은 정말 불편하다. 가능하다면 미리 광화문 안에 있는 교보문고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게 훨씬 쾌적할 듯하다.
다만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뒤늦게 들어오는 관객들을 일일이 지정 좌석으로 안내하면서 공연 관람의 흐름이 너무 많이 끊겼다. 보통 늦게 들어온 사람은 입장을 시키지 않던가, 뒷좌석이나 가장자리 좌석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된 지 30분 이상 지난 후에 들어온 관객들까지 좌석으로 안내하는 하우스어셔들의 성실함(?) 덕분에 그 줄의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야 하는 작은 소동이 몇 번 있었다. 하우스어셔들이야 세종문화회관 측에서 시키니까 그런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는 뮤직 콘서트보다 늦은 사람들의 페널티를 원칙을 지킨 관객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그 시스템에 더 흥미로울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자체는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파리의 모습을 앙리 루소의 그림을 통해서 보았고, 그의 독특한 화풍이 미디어 아트와 결합되어 음악과 함께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저녁 7시가 된 종로 거리도 완벽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녁 시간인 6시 30분~8시 사이에 종로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었고, 내일이 광복절이라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짜릿했다.
내가 공연을 보는 동안 비가 많이 내렸는지 날씨가 꽤 선선했다.
내일이 광복절이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본 우동집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기로 했다.
내일 회사를 가지 않는다는 것이 나에게 굉장한 부담감을 덜어준 것이었나 보다.
배불리 먹은 김에 내가 좋아하는 산책코스인 서울로를 따라 서울역으로 향했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긴 했지만 여긴 한국이니까 밤길도 무섭지 않다.
서울역 주변에는 이미 노숙인들이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치고 다들 누워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노숙인들을 사복 차림으로 관리(?)하시는 분들이 늦은 시간에도 있는 듯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추억의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문화생활은 끝이 났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앙리 루소에 대해 모르고 있는 점 딱 한 가지가 더 있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꼭 들어봤을 명언을 남긴 사람이다. 그것은 바로!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앙리 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