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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Nov 20. 2022

엄마와 떠난 튀르키예 3일 차 下

이스탄불 지하 저수조 편

0을 하나 더 붙여 나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던 식당에서 나는 발을 구르며 나왔다.

나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 식당은 꼭 망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심신이 지쳐서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숙소는 구시가지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구경을 하다가 언제든 호텔로 돌아와서 쉴 수 있었다. 닭고기를 먹고 들어왔지만 식당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다른 게 더 땡겼다. 호텔방에 군것질거리는 없었고 전날 조식 때 과일을 싸가지고 왔던 게 기억이 났다.

 

튀르키예 키위는 털도 많다. 이렇게 털이 많은 키위는 처음 본다. 한번 깎고 물로 씻지 않으면 털까지 먹겠더라


튀르키예에 가면 석류를 많이 먹자.

작은 슈퍼마켓에서 석류를 사면 1개에 1500원이면 구입한다. 길에서 파는 석류주스는 큰 사이즈가 4천 원이다. 한국에서는 먹기 힘든 주스이고, 한 잔 마시면 의외로 포만감도 있어서 엄마랑 나는 돌아다니다가 몇 번을 마셨다.


호텔 근처 도보로 15분 거리에 지하 저수조도 있다.

이곳 역시 줄이 무지하게 길지만 의외로 사람이 빨리빨리 빠지니까 이스탄불까지 왔다면 꼭 들어가 볼 것을 추천한다.


외국인은 입장료가 190리라, 현지인은 50리라다.

입장료 차이가 3배 이상 나는 게 짜증 나기도 하다. 이럴 때 보면 한국이 외국인 입장료에 차등을 두지 않고 역시 최고인 거 같다.


예레바탄 지하저수지에 들어가려고 엄마랑 줄을 섰다.

엄마는 어마어마한 긴 줄이 예레바탄 지하저수지에 들어가는 게 맞는지 확인하고 오라고 하셨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에는 다 이유가 있기에 시키면 바로바로 갔다 와야 한다. 긴 줄은 500m 이상 늘어져 있었다. 나는 예레바탄 지하저수지 출입구까지 가서 확인을 한 후 엄마한테 돌아왔다.


한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면 지하저수지에 들어갈 수 있다.

며칠 전 폭탄 테러가 났던지라 더 철저하게 입장 전 가방과 몸 검사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가 무서웠다. 테러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곳이기에 구시가지라고 절대 예외는 아니다. (테러는 보통 신시가지에서 많이 일어났다)


저수지 내부는 높이가 9m로 꽤 크며 336개의 대리석 기둥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다


지하궁전이라는 애칭은 이 기둥이 정렬해 있는 모습에서 탄생되었다. 기둥에 다양한 문양이 있는 것은 제국령 각지의 오래된 신전 등에서 운반해 왔기 때문이다


9년 전에 왔을 때보다 보수를 해놔서 좀 더 깔끔해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유적은 거의 손대지 않은 걸 더 선호한다


중간중간 빛이 바뀌면서 지하저수지의 분위기가 바뀐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사진을 찍자


과거 지하저수조에 배를 타고 다녔다. 저수조의 밑바닥은 이렇게 생겼다


지하저수조에서 가장 유명한 메두사다. 메두사의 머리가 어디서 온 건지, 부적이라는 설도 있고 단순한 받침대로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물에 비친 천장과 기둥의 모습이 예쁘다. 엄마랑 나는 저수조를 3바퀴 돌았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일 거 같았기 때문이다


9년 전에는 핸드폰 화질이 좋지 않아서 사진을 거의 못 건졌는데 지금은 선명하게 잘 나와서 좋다. 실제 가보면 훨씬 어둡다


저수지의 물은 20km나 떨어진 북쪽 교외의 베르그라드의 숲에서 토관과 수도교를 통해 공급된다


이런 지하저수지는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데 호텔 근처에도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못 갔네


9년 전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나온다. 사진 찍으러 다시 돌아온 거 같다


습한 지하저수지를 3바퀴 돌아보니까 숨이 막혔다. 입구와 출구는 다르다. 출구 맨 꼭대기에서 마지막으로 지하저수지를 눈에 가득 담고 나왔다


지하저수지를 이렇게 고풍스럽게 지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예레바탄 지하저수지 관광을 마치고 첫날 스카프가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던 모스크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모스크 입구가 아치형으로 예쁘다. 여유롭게 가을을 즐길 수 있으니까 좋다


모스크에 입장하기 전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한다. 현지인들은 맨발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밖에서 발을 씻더라


엄마가 봐 둔 모스크가 또 있다고 하셔서 엄마 손만 잡고 따라다녔다.


유럽 느낌이 나는 집이다. 기념품 가게에 고양이가 몰래 들어가서 쉬고 있더라


터키는 예쁜 고양이가 정말 많다.


이 고양이는 모스크 입구에서부터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한국 고양이들은 왜 이렇게 사람들을 싫어하는 걸까?


모스크 안에 특이하게 지하수 펌프가 있었다. 모스크 밖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하수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목덜미를 한참 만져주고 왔네


이스탄불은 현재 보수 공사하는 곳이 많다.

콘스탄티노플 성벽도 보수 공사 중이라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 모습이 남아있다는 게 대단하다


노숙인들이 곳곳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유적지에 버려진 쓰레기가 너무 많다


관광을 마치고 엄마와 오늘도 호텔 안에 있는 하맘을 하러 왔다.

하맘을 1시간 30분 통째로 빌려서 엄마랑 둘이서만 목욕을 즐길 수 있었다. 


하맘은 전체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바닥 아래 열풍이 지나가게 하는 구조는 로마 유적에서 보는 욕탕 구조와 같다


보통 욕조는 없지만 물을 받아서 비누로 몸을 씻고 샤워하면 된다. 따뜻한 물을 대리석 침대에 뿌리면 더 따끈따끈해지니 꼭 체험해 보기


이스탄불에서 매일 저녁 하맘을 할 수 있었다는 거 자체가 가장 좋았다.

이것저것 욕심내서 전부 다 보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하루의 피로를 잘 푸는 게 다음 날 더 나은 관광을 위해 필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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