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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Nov 21. 2022

엄마와 떠난 튀르키예 4일 차 上

죽은 사람들의 물건을 좋아합니다

터키는 해가 8시는 되어야 뜬다.

호텔 조식이 7시 30분으로 늦기 때문에 (보통 조식이 6시부터 시작인데 이번 호텔은 밥을 늦게 주더라. 별로 차린 것도 없던데......) 엄마는 아침 먹으러 가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 놓고 (회사 업무 포함) 조식 먹고 나면 바로 하루를 시작하길 바라셨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처럼 저녁 9시가 되면 잠이 들었다가 튀르키예 시간으로 새벽 2~3시에 일어나서 회사 업무를 시작하고 브런치 글도 썼다. (새벽 2시면 한국 시간으로 아침 8시라 회사 업무 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조식 시간인 아침 7시 30분의 이스탄불 풍경이다. 조식을 먹고 나서 엄마 손을 잡고 오늘도 서둘러서 일정을 시작했다. 테러 때문에 군인들까지 와 있더라


오늘은 뮤지엄 패스를 사용하는 마지막 날이다.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서 고고학 박물관을 코앞에 두고 구시가지 골목골목을 예정에 없이 산책하게 되어 버렸다. 엄마는 9시 땡 하면 박물관에 입장하고 싶어 하셨는데 나 때문에 9시 15분에 입장하게 됐다. 거미줄처럼 꼬불꼬불하게 골목길을 다녔다고 몇 번을 말씀하시던 엄마와는 달리 나는 아침의 이스탄불 골목을 걷는 게 좋았다. 하지만 이스탄불에서는 시간이 늦으면 모든 관광지에 사람들이 엄청 밀리기 때문에 엄마 계획대로 맞추는 게 가장 좋다.


정확히 9시 15분에 고고학 박물관에 입장했다. 박물관에 들어갈 때도 가방 검사를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뚜렷했다.

초딩 때 장래희망을 '판사, 검사, 국제 변호사, 외교관'라고 적긴 했지만 실제 내 꿈은 '인디아나 존스'처럼 미지의 세계에 가서 밝혀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해 내는 것이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제작된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을 초딩 때 보고 엄청 감동을 받아서 나도 저런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충청도의 나오기도 힘든 어느 지역의 한 관사에서 나는 살고 있었다. 엄마가 사주신 컬러로 된 세계 역사 전집을 펴고 마음에 드는 지역의 사진을 짚으며 눈을 꼭 감고 잠시라도 이곳에 다녀올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떠나기 시작한 여행과 출장으로 관사에서 살았던 당시의 답답함을 많이 해소하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과거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이나 흔적을 보면 가슴이 뛴다. 이런 거는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고고학 박물관에 들어가면 왼쪽 사진의 석상이 눈앞에 보인다. 하지만 나는 별로 관심 없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석관과 사람의 해골이다


이 분은 본인이 훗날 박물관에 전시될 거라는 걸 전혀 몰랐겠지? 가끔은 짠하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석관들이다. 고고학 박물관에서는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다. 나중에 이런 석관 하나 사서 집에 두는 게 소원이다


고고학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석관인 알렉산더 석관이다. 조각과 무늬가 다른 석관과 다르다


프레스코화도 있고, 특이하게 생긴 얼굴이 조각된 석관도 있다. 그리고 모자이크 화도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의 유물들도 있다


토우와 그리스 접시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이번에는 목관이다. 색이 바래긴 했지만 다양한 동물들이 그려진 관이 예쁘다


옛날 유리병부터 가운데는 약통 그리고 맨 오른쪽은 월계관이다. 금으로 만들어진 월계관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위층에는 고대부터 로마시대의 조각상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대리석을 이렇게나 섬세하게 조각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로마에서나 볼법한 조각상과 금으로 된 장신구들이다


지금 사용해도 될 정도로 예쁜 반지들이다


금으로 된 목걸이와 벨트 그리고 로마시대의 '사포의 두상' 그리고 오른쪽에는 코가 많이 닳은 석상이다


새가 조각된 녹색 그릇이다. 깨지긴 했지만 색감이 참 예쁘다


다음으로 바로 앞에 위치한 타일 키오스크 박물관으로 갔다.

이 박물관 역시 입장료에 다 포함되어 있으니 빼먹지 말고 꼭 보기.


튀르키예의 옛날 도자기들을 감상할 수 있다.


타일 키오스크 박물관에는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셀주크와 오토만 시대의 기와, 타일 장식 그리고 도자기 등 2천 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건물 안에 원래 있던 샘으로 벽면 무늬가 굉장히 화려하다


화려하고 색감이 독특한 튀르키예 도자기들이다


고고학 박물관은 원래 총 3개의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고대 동양 박물관은 현재 보수공사 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 박물관에 교과서에 나오던 유적들이 많았던지라 아쉬운 마음이 컸다. 현재 튀르키예는 보수 공사 중인 곳이 너무 많아서 (심지어 블루모스크도 공사 중이라 밖에서만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부는 아예 관람을 못한다) 공사가 다 끝나면 와 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보수 공사한다고 막아놔도 입장료 값을 내리지도 않더라. (블루모스크는 입장료가 무료이다)


이렇게 뮤지엄 패스를 마지막으로 알차게 사용한 후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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