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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May 25. 2020

물질만능주의자가 되긴 싫지만 불안한 건 더 싫어

소과장으로서 얼마나 더 벌고 성장할 수 있을까?

월급날 하루 전이었던 5월 21일에 내 체크카드 잔액은 118원이었다.


지난달에 예금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다소 과다하게 저금을 하긴 했다. 그리고 회사 비용으로 선지급된 것 비용을 아직 올리지 않아서 나는 더 쪼들렸다.


생활비로 사용하는 내 체크카드에는 거의 매달 대학교 때 엄마가 주시던 내 생활비만큼만 들어 있다. 돈이 많은 것 같은 착각이 들수록 쓸데없는 소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항상 카드 잔액은 소량으로 잡고 생활한다. 다행히 학교 다닐 때보다 식비나 교통비 지출이 훨씬 줄었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식비와 커피값, 교통비, 사무용품비 그리고 소과장이 되면서 핸드폰 비용이 나오니 딱히 크게 돈이 들어갈 일이 없다.


돈을 얼마나 모아야 나는 만족을 할 것인가?


언제 어떻게 내가 사고가 나고 아플지 모른다. 그 경우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빠는 한번 더 집을 이사하기를 꿈꾸시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돈을 많이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정확한 목표치가 없이 두리뭉실한 목표액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간송미술관 작품 2점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관심이 생겼다. 나도 경매에 참가를 해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송미술관은 대학교 때 교양 과목 과제를 하기 위해서 한여름에 카메라와 노트를 들고 갔었던 기억이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낡은 전시관에 빼곡히 전시가 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다시 한번 가봐야지 했지만 그 후로는 문이 닫혀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랬던 간송 미술관 작품이 내가 경매를 해서 우리 집에 들어온다면 어디다가 둬야 할 것인가 라는 상상 속에 기사를 검색해 봤다. 경매가 15억부터 시작하는 이 금액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혼자 지었다. 내가 지금까지 모은 돈은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뭔가를 하기에는 어중간한 금액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카드 잔액 118원을 가지고 그 날 부사장님과 이사님을 만나러 가락시장을 가는 그 길에서 내 가방은 유난히 가볍게 느껴졌다. 평소랑 똑같이 파우치, 지갑 그리고 핸드폰을 넣은 것인데도 왠지 뭔가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무게였다. 카드 안 잔액인데도 심리적인 무게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났다. 체크카드 안에는 고작 118원이 있지만 핸드폰 안에 스타벅스 카드 충전 잔액은 6만 원이 넘고 친구들이 보내준 스타벅스 기프트카드가 여러 개 있으니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일은 없다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돈 쓸 일이 생길까 봐 불안했다. 물론 이 불안함은 월급날이었던 그다음 날 새벽 6시 이후로 말끔히 사라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목표를 숫자와 글로 적어 두니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목표는 달성하라고 만들어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설정해 놓고도 목표를 보면 마음이 쪼인다. 감량해야 할 체중을 수치화해두니 마음에 부담이 더 가고, 공부를 언제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시간이 갑자기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하루 이틀 이상 공부를 안 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그저 그런 인간이 되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죄악이 따로 있나?

나 스스로가 정한 다짐을 지키지 않고 태만한 삶이 옳지 않은 거였다. 완벽하진 않아도 후회를 줄이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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