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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May 23. 2020

주짓수 대신 발레 필라테스 배우기

어렸을 때 못 배운 발레를 이제 배우네

6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폐업하는 필라테스 학원을 뒤로하고 다른 학원을 알아봤다.


지금까지 집 근처에서만 운동을 배웠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필라테스 학원에 면담을 갔다. 필라테스 2년 6개월 정도 배웠나? 중간중간 다른 필라테스 학원들 체험 수업을 들어봤지만 지금 학원만 한 곳이 없었다. 기구나 강사 수준은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이 최고였다. 이번에도 별다른 기대를 안 하고 학원을 둘러보러 갔다.


필라테스 학원에 가면 가끔 나보고 필라테스 선생님이냐는 기분 좋은 의심을 받기도 한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나는 시설은 정말 꼼꼼히 보는 편이다. 내가 큰 키가 아닌데도 몸을 늘리다 보면 기구 밖으로 손과 발이 삐져나와서 몸을 구겨 넣고 한다는 기분을 받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갔던 필라테스 학원 역시 기구는 중하 수준이었다. 그 학원 사장이면서도 강사였던 그 사람은 내 또래에 발레를 전공한 남자 무용수였다. 나도 안 하는 핑크빛 눈 화장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체험을 해보겠다고 하고 예약을 하고 나왔다.


엊그제 퇴근을 하면서 체험 수업을 하러 갔다. 인바디를 쟀는데 체지방량 4.5kg를 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들어간 수업에서는 매트 위에서 몸을 푸는 동작을 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필라테스 기구보다는 매트 위에서 하는 균형 잡기 동작이나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발레 동작을 많이 알려주셨다. 강사는 나한테 꽤 잘한다고 했다. 몸도 잘 늘어나고 유연하다면서 사정없이 팔, 다리, 허벅지, 척추를 다 늘려주셨다. 몸이 늘어날 수 있는 최대 한계치까지 쭉쭉 늘리고 몸풀기 점프까지 했다. 50분 수업이지만 1시간 수업을 하고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집에 왔다. 그리고 나는 36회 수업 등록을 했다. 서비스로 3회를 더 주셔서 기존의 필라테스 수업료보다 1일 22,000원씩 절약하게 됐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는 밤 11시에 사바사나 자세로 잠이 들었다. 운동 후 48시간 뒤에야 근육통이 생기는데 토요일에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허벅지 안쪽이 당겼다. 지금까지 운동을 꾸준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근육통이 이렇게나 세게 찾아올 줄 몰랐다. 토요일 오후에는 평소 안 자던 낮잠을 꿈도 안 꾸고 푹 잤다.


회사가 끝나면 집에 가기에 정신없었는데 갑자기 일상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서 조금 더 재밌어졌다. 발레 할 때 사용하는 바도 있어서 여기서도 스트레칭을 가르쳐 주실 거라고 한다. 이 참에 짧아진 목이랑 허리 그리고 종아리까지 다 늘려봐야겠다. 몸이야 금방 적응하니까 근육통이 좀 덜해지면 월, 수, 금으로 도전해야겠다. 일단 아직은 근육통이 심하니까 다음 주에는 수요일과 금요일만 수업받는 걸로 해야지. 주짓수에 눈을 돌렸다가 여성스러운 발레 필라테스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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