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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pr 16. 2020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브런치를 시작한 지 벌써 4개월이 됐네

나는 브런치 관심작가가 15명을 못 넘어간다. 내가 구독하는 분들의 글은 그 어느 글보다 꼼꼼하게 처음 발행된 글부터 현재 글까지 전부 읽었고 앞으로도 읽을 예정이다. '나의 작가님'들의 글이 발행되었다는 알림이 뜨면 늦지 않고, 까먹기 전에 꼭 읽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을 구독할 수가 없다. 나의 뇌 용량이 많은 사람들의 글을 꼼꼼하게 읽을 정도로 크지 않다. 물론 구독하기를 누르고 한참을 읽다가 구독 취소를 누르기도 한다. 반면 내가 구독하는 작가의 글이 몇 달째 안 올라오면 혹시 무슨 일이 있나?라는 궁금증과 함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처음 브런치에 가입한 이유는 단순히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 글도 없던 내 브런치를 몇 분이 구독하기를 눌러주셨다. 마침 마음고생하면서 준비했던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많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도 글 써 볼까?라는 생각에 다소 즉흥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신 분들은 의리상 브런치 탈퇴 직전까지 구독취소를 누르지 않기로 했다.


나는 브런치에 그냥 글을 쓴다.

보통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는 카페에 가서 플랫화이트나 카푸치노 한잔을 놓고 글을 쓴다. 출퇴근할 땐 지하철역에서 내리기 직전에 "아 이만하면 됐어. 더 못해!"로 마음속 결정을 내리고 발행 버튼을 누르고 지하철을 내린다. 몇 번의 퇴고란 없다. 발행해 놓고 더 수정했었어야 헀는데...라는 후회도 별로 안 했다. 결론을 어떻게 쓰지?라는 고민을 나도 하는 것 같은데, 그냥 내 생각이 그 자리에서 멈추면 그게 결론이다.


하루하루 내 인생도 결론을 못 내고, 순간의 생각에도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는데 오래전 경험에 대한 글을 심도 있게 끝을 내기란 내 수준에서는 어렵더라. 내 목표는 이왕이면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는 거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하면서 종종 생각한다.


아 오늘은 뭐 쓸까? 누굴 타깃으로 글을 써 볼까?


회사 생활 11년 차에 한 회사에서 부서 이동 없이 한 자리에서만 일을 했기 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것 같은 지루한 삶을 살았다고 자책하며 산 적도 있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내 주위에 기억나는 사람들도 많고, 글의 소재가 될 만한 일들이 많았다. (회사 내 불륜을 소재로 글을 살짝 써보긴 했는데 막상 글을 이어서 써 나가려니 심장이 떨려서 중지 상태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기로 결정을 했으면서도 막상 글은 딴 길로 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 쓰는 게 어려워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나 시간 날 때마다 읽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구독자수가 많은 인기 작가라도 내 관심사 밖이거나 나와 생각이 다르면 잘 안 읽게 된다.


하기 싫은 일도 인내하고 있고, 계약서나 서류도 남이 작성한 게 틀린 게 없는지 심지어 외국어로 보다 보니 읽는 것에 그리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 그런데 가끔 내 또래 여자들의 글을 보면 정말 여성스럽고 어감이 부드럽다. 반면 내 글은 다소 전투적이고, 욕도 많이 하는 거 같고, 조카와의 일상에 짜증도 잘 내고, 심지어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원망까지 써 놨으니 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 궁금한 것도 생겼다.

나는 충청도와 전라도 그리고 서울에서 살았는데, 전라도에서 살았던 얘기를 아직까지 쓰지 않았다. 딱히 뭘 써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정작 꿈에서는 그곳에서 살던 관사도 보이고, 꿈에서의 나는 여전히 그 관사에서 살고 있는데 말이다.


어렸을 적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온 날들을 곱씹어보면서 앞으로 뭘 써볼지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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