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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May 04. 2020

휴일이 짧다

올해 휴가는 전부 한국에서 보내 볼까?

퇴사한 것처럼 휴일을 보내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회사를 잊고 지내는 건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다. 내가 회사에 안 가니까 부모님도 오늘이 주말인지 평일인지 헷갈리시는 듯하다. 이렇게 쉬면서도 월급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올해는 빨간날이 너무 없다.


휴일이어도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침대에 오랜 시간 뒹굴거리는 게 체질이 아닌지 아침 먹을 시간에는 일어났다. 운동도 가고, 스페인어 동사도 외우고, 삼성동하고 성북동도 오랜만에 가보고 봄맞이 집안 정리도 했다. 그랬더니 낮잠을 자거나 빈둥거렸던 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쉬는 것도 쉬어본 사람이 잘 쉬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 안 가고 머릿속을 가볍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완벽한 날들이었다.


엊그제 플라잉 요가 센터에서 나오자마자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은행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은행 이자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돈을 어디다가 저금을 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모 은행에서는 3년 적금을 넣으면 4% 이상의 이자를 줄 것처럼 써놨지만 정작 집에 와서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별 것 아닌 이자였다. 또 다른 은행에서는 예금 이자가 2% 이상인 것처럼 써 놨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법인만 가능하거나 개인의 경우 그 동의 회사에 다니는 사람만 통장 발급이 가능했다. 


휴일 동안 나에게 맞는 저축은행 한 곳을 찾았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강남에 있는 저축은행에 가서 통장을 하나 만들어왔다. 대학교 때에는 강남에 가면 카페나 베이커리만 눈에 들어왔다. 직장을 다니게 되자 강남에 가면 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은행을 알아보다 보니 강남에 가면 은행만 보인다.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한 저축은행이지만 5천만 원 이하로만 저금을 할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그래서 45분 이상을 지하철을 타고 강남에 가서 통장을 하나 만들어왔다. 재직증명서랑 OTP까지 챙겨 갔는데 신분증 하나만 가지고 간편하게 통장 개설이 됐다. 정기예금 이자가 2.1%니 다른 은행보다는 나쁘지 않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는 이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팍팍 찍혔는데 요즘은 은행 이자가 너무 짜다.


오랜만에 가 본 강남은 역시 좋았다. 거의 모든 은행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플라잉 요가하는 곳도 많더라.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로데오는 예전같이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좀 더 구경하고 싶긴 했지만 오늘 운동하는 날이라서 통장을 만들고 다시 한강을 건너서 집 근처로 왔다.


필라테스 하기 전 몸을 충분히 풀기 위해서 수업 시작하기 1시간 전에 센터에 도착했다. 그런데 필라테스 센터 안에 웬 구청 직원이 있었다. 누군가가 센터를 신고했다고 한다. 주택인데 영업을 하는 걸로 걸려서 이 집 공시지가의 10%인 1억의 과태료를 집주인이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필라테스 수강생이 줄어서 센터 문을 닫을지 말지 고민 중이셨던 원장님은 갑작스럽게 쫓겨나게 된 상황이 돼 버렸다. 그나마 배려인지 당장 나가라고는 안 하고 6월 30일까지 방을 빼야 한다는 얘기를 나는 옆에서 듣고만 있었다. 재등록을 하려고 오늘 돈까지 챙겨 온 내가 뻘쭘해진 상황이었다. 


주상복합에서 원장님 말고도 영업을 하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는데 일단 신고가 들어온 곳만 걸리게 되는 건가 보다. 나는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엊그제 플라잉 요가를 알아보러 간 거였는데 정말로 나는 7월부터 다른 운동을 알아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집 지하철 역에 항상 붙어 있던 주짓수가 희한하게 계속 눈에 들어온다 했는데 데자뷰인건가 싶다. 이 참에 주짓수를 배워볼까 정말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2년 동안 입고 있던 요가복을 벗고 도복이라는 걸 입고 운동을 한다면 잘할 수 있을까? 왠지 난 잘할 거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긴 하다. 주짓수 학원 창문에 다이어트 목적으로도 한다고 써 놓은 것을 보니 나 같은 여성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만약 6월까지 다른 운동을 못 찾으면 정말 종목을 한번 바꿔서 배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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