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7~09.06 브라질에 다시 갈 일이 있을까?
브라질에 가는 걸 회사의 몇몇 분들만 반대를 하는 줄 알았는데 가장 큰 적은 우리 집에 있었다.
아빠는 직접 발로 뛰는 여행보다는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집에서 편안하게 보는 걸 더 선호하신다. 내가 브라질 출장을 가게 된 것을 엄마께 전해 들은 아빠는 위험한 브라질에 회사에서 왜 여직원을 보내는 거냐고 발끈하셨다. 회사에 얘기를 해서 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의사를 밝히라는 아빠의 말씀에 나는 너무 황당해서 숨이 안 쉬어질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해외여행 갈 때 아빠가 나한테 1원을 보태준 적이 있나요? 잘 다녀오라고 용돈을 준 적이 있나요? 아빠가 나 앞으로 브라질 보내줄 것도 아니면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 마세요. 전 알아서 잘 다녀올 테니까요!
라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말씀을 드렸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때 당시 부들부들 떨면서 아빠께 얘기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아빠는 인터넷으로 브라질에 대해서 엄청난 자료 수집을 하셨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하셨다.
그런데 브라질에 가보니 정말 위험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간다면 브라질만은 같이 가지 않을 거다. 거래처가 외곽에 위치해서인지 동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집이 온통 철조망과 쇠창살로 둘러싸여 있었다. 저녁 6시가 넘어가면 길거리에는 돌아다니는 개 한 마리 없었다. 굳이 차량으로 이동을 할 경우에는 신호등을 무시한 채 절대 멈추는 일 없이 차를 운행해야 했다. 만약 멈추는 그 순간 언제 어디에서 강도들이 튀어나올 줄 모른다고 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차를 운행하다가 사고가 나는 거나, 신호를 지켜가면서 운행하다가 강도가 튀어나오는 것 중에 뭘 선택할래?라고 묻는다면 나는 뭘 선택해야 할까?
인천에서 LA까지 12시간, 그리고 LA에서 상파울루까지 12시간이 걸렸다.
LA에서 상파울루 가는 비행기에는 탑승객이 없었다. 비즈니스 석은 아니지만 옆에 2자리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코노미 석에서 누워서 왔다. 텅 빈 비행기 안에는 승무원과 탑승객의 숫자가 비슷해 보였다. 어느덧 비행기 안에서 날이 밝았고 나는 처음으로 브라질을 내 눈으로 봤다.
반나절 거래처 미팅을 한 후 나는 이과수 폭포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 올랐다. 브라질은 왠지 공항이 가장 안전한 것 같았다.
브라질에서 3일간의 짧지만 알찼던 일정을 끝내고, 그 날 저녁에 밤 비행기를 타고 페루로 이동했다. 내 생에 다시 브라질에 갈 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