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보내는 편지

제이에게(3)

by 여름소녀

제이에게


폭풍 같았던 한 달을 마치고 이제서야 글을 써. 지금 나는 캐나다에 와있어.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어. 해가 쨍쨍하길래 우산을 챙기지 않았어. 그런데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비냄새가 훅 끼쳐왔어. 축축하고 약간은 비릿한 땅냄새. 쌓여있던 스트레스 때문에 열을 식힐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그 비냄새가 내 안의 불씨들을 한순간에 적셔버린 기분이었어.

이 비를 계속 맞고 있으면 열이 다 가라앉을까. 오늘은 온 몸을 비로 적시고 싶은 날이야.


토론토는 이번이 두번째야. 작년에 왔었을 때는 눈이 엄청 내리고 있었어. 그땐 호텔 근처에 LGBTQ 카페가 있길래 호기심에 가봤었어. 구석에 자리를 잡고 글을 썼어. 어떤 글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 아마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글들 중 하나였겠지. 밖에는 하얀 눈들이 끊임없이 내렸어. 그리고 카페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복장이었어. 그곳에서 나는유일하게 색깔도, 말도 없는 사람이었지. 카페에 들리는 사람들마다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던 기억이 나. 신기한 경험이었어. 그들의 세계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책을 고르다가도 창밖을 자주 내다 봤어.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눈구경 하고 있는 나를, 카페 주인이 엄청 흐뭇하게 보고 있었던 기억이 나. 그 미소가 너무 포근해서 하마터면 안길 뻔 했었으닌깐.


이번 토론토 비행을 하면서 다시 그 카페를 가보려고 했어. 가는 길이 기억에 나질 않아 구글 맵에서 찾다보니 폐업이라는 문구가 떴어.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 그 날의 기억은 결국 내 추억 속에서만 간직해야만 하닌깐.


3월 한달동안은 시험공부를 하느라 바빴었어. 불안은 물기를 먹는건지 시험날이 다가올 수록 온몸이 바짝 말라가는 기분이 었어. 예민해지는 나를 보면서 나는 비눗방울로 만들어진 사람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어. 작은 건드림 하나만으로도 톡 터져 버릴것만 같았으닌깐. 불안할 때마다 블루베리를 먹었어. 결국 손끝과 입술까지 퍼렇게 물이 들어버렸지. 다시 내 색을 찾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것 같아.


또 편지할게.


캐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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