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시간
거실 한가운데서 고구마 줄기를 벗겨내는 엄마
“엄마!”하고 불러본다
목소리를 기억해두려고
얼굴을 담아두려고
어제의 엄마와 오늘의 엄마는 다르다
매일 늘어가는 나이테가 보인다
엄마의 얼굴
엄마의 목
엄마의 손에
삶의 흔적은 가득하고
엄마는 천천히 고구마 줄기를 벗겨내는 중이다
나는 그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괘종시계가 정오를 알린다
어째서 시간은 유한한 걸까
사랑하는 엄마에게 나에게
거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정오의 빛
구름이 유유히 흘러간다
“엄마!”하고 다시 불러본다
엄마, 이제는 내 걱정 말고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저기 저 높게 뜬 태양처럼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저 아이들의 명랑함처럼
엄마가 챙겼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