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 친구들이 읽지 않길 바라는 고해성사이다.
취업 준비를 하며 내가 이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던가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괴감이 드는 지점이 언제인가하면, 친구들의 행복을 100%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 때이다. 서류에 합격했다거나, 최종 면접에 갔다거나 혹은 취업에 성공했다거나. 그런 소식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미소 아래에는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못할, 악취나는 감정들이 숨어있다.
맡기만해도 구역질 날 것 같은 이 마음의 성분표를 적어보자면, 50% 기쁨, 20% 불안, 18% 회고 및 반성, 10% 씁쓸함. 그리고 2%의 저주.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악취의 출처는 이 2%일 것이다.
쟤가 이번에 잘되면, 너무 자괴감 느껴질 것 같은데... 나는 뭐하고 있지. 분명 사람들이 얘는 왜 아직 취업 못하고 있을까, 생각하겠지. 너무 창피한데. 쟤가 떨어지면 내 마음이 조금은 덜 불안해지지 않을까. 아냐, 이런 생각하면 안되지. 드디어 미쳤나보다.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정신차리자, 축하해줘야지. ..그렇지만...
그래. 원하지 않는 곳에 합격한 친구, 부럽지 않은 회사에 합격한 친구, 서울이 아닌 곳에서 일하게 된 친구들을 보며 안도한 적이 있다. 별로 부럽지 않은데, 하는 자기 위로를 하며 이를 꽉 깨문 적이 있다. 여러번, 있다. 구역질 나는가? 안다. 나도 그렇다. 저 깉은 속에서부터 썩어 나는 냄새가 역겨워 모두 토해버리고만 싶다.
저주의 마음은 사실, 자책이다. 내가 더 바쁘게 산 것 같은데, 내가 더 고통받은 것 같은데. 왜 쟤는 되고 나는 안되지. 더 열심히 살았어야 했나, 며칠 전에 스트레스 풀겠다고 영화 보러간 거, 그걸 하면 안됐나. 난 뭐가 문젤까. 사실 난 지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만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언제 당당하게 직업을 말할 수 있지. 이 모든 게 그저 자기연민은 아닐까. 그래도 살고는 싶다고 나를 향하고 있는 칼날을 바깥으로 돌린 것이다.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남을 겨눠도 끝내 내 숨이 막혀오는 걸 보면, 이 전략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쉴새없이 바둥거려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나도 남도 죽이지 않고 버텨내기 위한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나는 그냥, 아직 운이 나에게 오지 않은 거라고 믿기로 했다. 노력은 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믿으며, 나의 시간을 기다리기로. 오해는 거절한다. 마른 하늘에서 운이 떨어져 입으로 직행하기를 바라며 길바닥에 누워있을거라는 선언은 아니니까.
나는 앞으로도 계속 힘들거다. 때때로 마음은 날뛸거고, 저주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 힘들거고, 스스로를 죽이려 들거다. 이성이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감정이 보챌 때는, 방법이 없다.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운이 저 멀리서 열심히 뛰어오고 있다고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