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안에는 여러 유리 용기 속에 사람의 장기가 보관 되어있었다. 어떤 이의 뇌와 어떤 이의 간, 어떤 이들의 소화 기관이 물 속에 부유한 채 자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수 많은 장기들이 진열된 진열장들 사이를 다니면서 유심히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떤 장기 앞에 서자 그녀는 뒷목이 쭈삣하면서 서늘한 기운이 뒷골에서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닥 다르지 않은 그 내장을 본 순간. 그녀는 자신이 그 남자를 죽여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장기는 그의 것이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그녀는 어느 시공간에서 여기로 던져진 듯 그간의 일을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 머릿 속이 마치 흰 바탕이라도 된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 그래 내가 결국은 죽여버린 거구나"
말하고 나서 그녀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잠에서 깬 그녀는 처음 본 집의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생생한 그 일은 꿈인지 사실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창밖엔 이미 환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