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심긴 플라타너스는
진애가 끈끈한 한여름에도
때묻지 않은 밝은 연두빛으로
버스를 기다리던 행인들의
몸과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눈이 나리고 찬바람에
오들오들 떠는 겨울날
온 세상 나무들이 제잎을 떨구고
가난하고 고고하게 떨고 있을 때
너는 물기가 가시고
빛이 바랜 온잎을 하나도
내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구나
소나무처럼 푸르지도
향나무처럼 뾰족해지지도 않고
이제는 부서질 한여름 부드러웠던 네 잎새들
포기하지도 쏘아붙이지도 않고
바스락대며 말을 건다
아무 것도 부러 노력하지 말아라
너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이 너에게 가장 좋다.
다만 아무도 모를 뿐.
너는 너대로 잘 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