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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an 09. 2018

겨울 가로수

길가에 심긴 플라타너스는

진애가 끈끈한 한여름에도

때묻지 않은 밝은 연두빛으로

버스를 기다리던 행인들의

몸과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눈이 나리고 찬바람에

오들오들 떠는 겨울날

온 세상 나무들이 제잎을 떨구고

가난하고 고고하게 떨고 있을 때


너는 물기가 가시고

빛이 바랜 온잎을 하나도

내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구나


소나무처럼 푸르지도

향나무처럼 뾰족해지지도 않고

이제는 부서질 한여름 부드러웠던 네 잎새들

포기하지도 쏘아붙이지도 않고

바스락대며 말을 건다


아무 것도 부러 노력하지 말아라

너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이 너에게 가장 좋다.

다만 아무도 모를 뿐.

너는 너대로 잘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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