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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Aug 23. 2018

10시의 글쓰기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그동안 만났던 동안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고, 아쉬운 건 무엇이었죠?"


"좋았던 건, 저는 누가 건드리면 언제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는데, 이야기할 데가 있었다는 거에요."

라면서 그녀는 또 울었다. 

"오래된 문제라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힘들지만, 저는 남편도 있고, 엄마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이런 얘기를 할 데가 없었어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녀가 떠나고 간 자리에서 어떤 장면을 생각해본다.

마지막 섹스라고 생각한 남자가 조용히 여자의 말을 기다리고 있던 그 장면을. 

나는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일 수 있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아.


오랫 동안 참고 있던 그녀는 눈물을 터뜨리며 그 남자를 안았다. 

너와 헤어지려고 했어. 너무 괴로와서. 

하지만, 나는 너와 헤어질 수가 없어. 

나는 네가 없으면 말할 사람이 없어. 

나에겐 아무도 없어.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그녀는 이제 나에게 오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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