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이 끊겼다.
한 3년 전 여름에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병원에 갔고, 이 나이에 폐경은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며칠간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다시 느림보 같은 월경이 시작되었고,
어쩌면 예행 연습을 한번 한 나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단절을 저항없이 수용할 줄 알았다.
3년 전
사랑의 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맺힌 지점마다 울음을 토해내며 애도했기에
이번 일은 우울이나 슬픔없이 지나갈 줄 알았으리라.
시작점에서 너무 멀리 와서
오히려 모든 걸 잊게 된 삶.
애초에 무에서 창출되었던 사실을 떠올린다.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고,
난자가 있고, 정자가 있다는 그 동화 말고.
이 세상 이전에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나라는 이 존재가 우연처럼 시작된 그 순간.
장난처럼 세포가 분열되고
있어야 할 자리가 자리잡고
움직임이 일어나고
우주로부터 탈출하는 그 역사.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반복되는 피조물의 운명을.
모든 것은 반복된다.
우리는 서로의 세포막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 세포막마저 스러지는 운명.
존재를 거스르는 건
오직 그리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