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 쑤 Oct 19. 2018

죽음

월경이 끊겼다. 

한 3년 전 여름에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병원에 갔고, 이 나이에 폐경은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며칠간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다시 느림보 같은 월경이 시작되었고, 

어쩌면 예행 연습을 한번 한 나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단절을 저항없이 수용할 줄 알았다.


3년 전 

사랑의 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맺힌 지점마다 울음을 토해내며 애도했기에 

이번 일은 우울이나 슬픔없이 지나갈 줄 알았으리라. 


시작점에서 너무 멀리 와서 

오히려 모든 걸 잊게 된 삶. 

애초에 무에서 창출되었던 사실을 떠올린다.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고, 

난자가 있고, 정자가 있다는 그 동화 말고.


이 세상 이전에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나라는 이 존재가 우연처럼 시작된 그 순간. 

장난처럼 세포가 분열되고

있어야 할 자리가 자리잡고

움직임이 일어나고

우주로부터 탈출하는 그 역사.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반복되는 피조물의 운명을.


모든 것은 반복된다. 

우리는 서로의 세포막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 세포막마저 스러지는 운명.

존재를 거스르는 건

오직 그리움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0시의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